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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유리병 =여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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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6회 작성일 24-07-23 06:31

본문

유리병

=여성민

 

 

    학교에서 돌아온 언니가 유리병을 들고 들어온다 언니는 감자를 깎아 유리병에 넣는다 감자는 마당에 쌓이고 언니는 끊어지지 않게 잘도 깎아 껍질을 병 속에 담는다 유리병 안에 껍질이 쌓인다 예쁜 동생아 계단이라고 생각해 빈집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계단이야 음악을 들으며 언니는 즐겁게 감자를 깎는다 계단은 병 속으로 사라지고 나는 사라지는 계단을 따라 유리병 속으로 들어간다 계단은 왜 밑으로 사라지는 걸까 계단이라는 중독 계단이 하나씩 사라져 집은 점점 빈집이 되고 나는 계단이 사라진 집에서 살금살금 건너뛰며 돌아다닌다 왈츠는 문틈으로 흘러나온다 감자를 깎는 언니는 칼에 손가락을 베인다 피가 나고 있어, 언니 걱정 마 그냥 피인 걸 감자 하나도 적시지 못하는 한 방울의 피 아이를 갖게 되면 네 몸에도 유리병이 생기지 붉은 병을 보여줄게 그리고 흰 병 계단은 자꾸 사라져 조금씩 집이 무너지는데 무너지는 집에서 언니는 감자를 깎는다 왈츠는 문틈으로 흘러나오고 나는 사라진 계단을 따라 지하실로 내려간다 지하실을 갖는다는 건 심벌즈 같은 거란다 동생아 여기서 내가 울면 거기서 네가 들을 수 있지 언니는 감자를 깎고 나는 한 벌의 심벌즈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성스러운 것은 언제나 계단 아래 있다 계단은 사라지고 계단은 생기고 나는 지하실로 지하실로 내려간다 집이 무너져 모든 것이 희미해진다 동생아 성스러움은 언제나 계단 아래 있지 언니는 자꾸 손을 베이고 유리병 안으로 피의 계단이 쌓인다 내가 유리병을 깬다 언니, 붉은 병을 보여줄게 다음엔 흰 병

 

 

   문학동네시인선 068 여성민 시집 에로틱한 찰리 022-023p

 

 

   얼띤感想文

    한 시인의 시를 읽다가 어 괜찮은 거 같아 그러다가 한 편씩 더 보게 되는 시, 어쩌면 그 한 숟가락에서 질과 양을 담을 수 있을 거 같은 기대는 시집을 드는 순간 약간의 기대라고 하면 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웃고 말겠지. 유리병, 여기서는 언니가 있고 동생이 있다. 그리고 감자가 있으며 감자를 깎는 행위가 있다. 왈츠가 들려오고 지하실이 있고 그곳을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시 결말에 이르면 심벌즈도 있으며 붉은 병 흰 병이 있음을 본다. 그러니까 이것들은 모두 시를 쓰게 한 시 소재인 셈이다. 이들 각각은 무엇을 상징했는지 알면은 이 시를 읽는 데는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학교에서 돌아온 언니가 유리병을 들고 들어온다. 유리병은 무엇을 담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책이나 시집으로 생각해도 좋을 거 같다. 언니가 감자를 깎는 행위는 마음을 깎는 것 즉 수양이다. 감자의 형태와 기능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거 같다. 하나의 구체를 형성하며 영양학적인 기능까지 생각하면 몸에 좋은 식자재임은 분명하다. 그 껍질을 병 속에 담는 행위, 마음 한 겹씩 떼어 병을 이룬다. 그 과정을 계단이라고 하면 시 인식 과정이며 시인이 되기 위한 전 단계를 묘사한다. 점점 빈집이 된다는 이야기는 가슴에 둔 어떤 장벽이나 장애 같은 것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같은 것을 들어내므로 해서 점점 비워지는 현상이다. 왈츠는 시적 보조 장치며 칼은 문장의 예리한 깨침 같은 것을 상징한다. 여기서도 피는 혈보다는 종이를 제유한 피로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고 결국은 감자 하나도 적시지 못했다는 말은 한 줄도 적지 못한 마음을 상징한다. 언니는 계속 감자를 깎고 왈츠는 문틈으로 나온다. 심벌즈, 이는 나와 나를 보라 보고 선 나가 일치할 때 그 마음을 상징한다. 서불진언書不盡言, 언불진의言不盡意. 글은 말을 다 표현할 수 없고 말은 전하고자 하는 뜻을 다 담을 수가 없다. 심벌즈가 된다는 건 역시 신의 세계다. 그 세계가 곧 시라면, 완벽한 감자는 병으로 연결된다. 사라진 계단과 지하실로 닿는 나, 아까 계단이라는 중독 계단은 왜 밑으로 사라질까? 바닥이니까 글을 쓰는 행위를 생각한다면 책상 위도 바닥이나 마찬가지겠다. 동생아 성스러움은 언제나 계단 아래 있지 언니는 자꾸 손을 베이고 유리병 안으로 피의 계단이 쌓인다. 동생, 동생은 언니 같고 언니가 동생 같은 이 반어적 표현 내가 유리병을 깬다. 감자와 성질이 같은 그러나 그것보다 더 우월적 위치에 서 있는 나 역시 시는 신적인 존재인가? 결국, 유리병을 깨기까지 붉은 병 흰 병조차 어찌 생기는 것인지 그 탄생의 설화와 같은 이야기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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