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명 =이성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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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명
=이성률
인천가족공원의 새내기인
그의 묘비명
‘돈과 마누라에게 혼쭐나고 가다’는
막걸리처럼 솔직하다.
대자로 누워 있는 생몰 연도
들여다볼수록 거나하게 시큰하나
이웃에 동지 많을 테니
막잔처럼 읽히지 않는다.
시간 되면 종종 삼거리주막 들르시게.
잔 따라 놓고 돌아오는데 꺼억!
그의 트림 소리 들린다.
시작시인선 0430 이성률 시집 긴 꼬리 연애 32p
얼띤感想文
시가 막걸리처럼 술술 잘 넘어가고 잘 쓰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삼거리 주막에 들러 한 잔 들이키다가 夏夏하며 웃었다. 시어 하나하나마다 어찌 요렇게 썼을꼬! 인천가족공원, 전에 필자 또한 인천상륙작전이라며 한 번 쓴 적도 있다만, 사람과 하늘을 잇는 시 가족을 위해 이리 헌신한 시인이 보고 싶다. 새내기라 이 정도면 인생 베테랑에 가깝다. 그의 묘비명, 시 한 줄
돈과 마누라에게 혼쭐나고 가다, 참 인생을 생각하면 이것보다 더 명백한 진리는 없을 터, 그러니까 요즘 아이들은 결혼을 안 한다. 즐길 것은 내나 똑같고 평생 묶여 돈 시달리고 돈 뜯기는 건 둘째라 해도 한 번씩 당하는 눈빛에 혼이 나가는 일 여사다. 안 그래도 기 없어 죽을 판 어디 좀 썼으면 하는 남은 기마저 쑥 빼놓고 만다. 여기서 돈은 무게다. 한돈 두 돈처럼, 마누라는 본처며 여기서 첩妾이 또 지나간다. 예전, 집 안에 귀한 손님이 들거든 첩을 내었다고 했다. 항시 문전에 서 있는 여자처럼 한자까지 닮았고 하여튼, 시를 읽고 있는 자 무게며 본처겠다.
막걸리처럼 솔직하다. 거르는 거 없고 솔직 담백하거니 맹하다.
대자로 누워 있는 생몰 연도, 쓰는 시점과 죽은 시점이 명백한 시 에휴 후대 이런 감상문 좀 읽으려나, 들여다볼수록 거나하게 시큰하나, 시 큰 큰 것뿐이랴 물컹하기까지 해서 입안 거나하게 물고 쪽쪽 빨아먹어도 이리 달다. 그러니 이웃에 동지가 생겨도 생기겠고
막잔처럼 읽히지 않을 일 있겠는가마는 시간 되면 종종 삼거리 주막 들르시게, 에고 일 없네. 오늘 이만하면 속 꽉 찼으니 자네는 영 주무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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