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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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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의 딸 =오병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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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1회 작성일 24-07-30 20:54

본문

첩의 딸

=오병량

 

 

마을의 개들이 하나둘 잡혀가고 있었다

이웃은 며칠째 음식을 담아온 접시를 가져가지 않는다

 

오월의 마디가 뚝뚝 부러지면 대나무 하나 꺾어

칼싸움을 했다

 

늙은 잎도 푸른 잎도 한 방 칼날에 베어지는 마당

간신히 살아 있는 개들만이 땅을 파고 주둥이를 숨겼다

집 나간 언니들 대문을 밀치고 들어와 엄마, 엄마 하며

힘 좋은 사내들에게 두들겨 맞았다

 

우물 안으로 목을 내밀며 머리 검은 짐승이 하나둘,

목을 맨 자리마다 시점이 달랐다

 

비가 오는 날은 마당을 쓸었다

물결 속에 떠가는 빗질은 목 없는 인형

꾸역꾸역 대야에 이마를 눌린 채 멱을 감았다

 

울음이 마를수록 매운 것이 그리웠다

맴맴 시린 발목을 잡고 앉으면,

몸을 씻기는 계모의 하얀 손

 

피 맺힌 회초리가 부러지며 무릎이 죄를 꿇고

소매를 걷은 계모가 뺨을 때리며

바지를 벗겼다

 

가려운 뿔을 가진 염소들과 건초에 눕는 밤

피 맺힌 종아리를 핥으며 쯧쯧 가여운 년,

 

심심한 건달들은 대낮에도 찾아와 고기를 문간에 엮었다

분칠한 어린애가 헛간을 가리키며

손을 벌리면

 

나풀대는 치마가 내 것이었다

 

 

   문학동네시인선 212 오병량 시집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 104-105p



   얼띤感想文

    시제에서 특별히 시적 의미를 찾는다면 첩이란 단어를 들 수 있겠다. , 본처 외에 데리고 사는 여자, 문 앞에 서서 시중을 드는 여자다. 이 시는 모두 1025행으로 이룬다. 각 연마다 시적 객체를 묘사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1연을 보면 마을의 개들이 하나둘 잡혀가고 있고 이웃은 며칠째 음식을 담아 온 접시를 가져가지 않았다. 마을의 개는 시적 주체를 비유한다. 잡혀가지 않았다는 건 읽지 못한 것이며 잡혀가고 있다는 건 무언가 연결고리를 맺는 것이다. 이웃은 며칠째 음식을 담아 온, 그러니까 시적 주체로 보면 한 그릇의 음식이다. 먹힌 것이며 이는 곧 먹은 것이 된다. 접시 接詩접시 시로 이을 무언가를 가져가지 않았다. 솔직히 가져가지 못한 것에 더 가까울 것이다.

    오월의 마디가 뚝뚝 부러지면 대나무 하나 꺾는다. 오월은 시적 주체를 지칭한 나 오에 달 월뚝뚝 부러지면 그러니까 시 해체를 비유하며 대나무는 시 객체를 상징한 것으로 곧고 직선이며 구부릴 수 없는 성품을 비유한다. 숟가락을 휠 수 있는 매트릭스라면 시에 더욱 적합한 인간형이겠다. 칼싸움했다. 인식의 과정을 겪는다.

    늙은 잎도 푸른 잎도 한 방 칼날에 베이어지는 마당, 이는 시 객체를 비유한다. 문장을 읽지 못한 것으로 칼날은 문장을 상징한다. 간신히 살아 있는 개들만이 땅을 파고 주둥이를 숨겼다. 간신히 살아 있는 개들 시적 주체다. 땅을 파고 주둥이를 숨겼다. 집 나간 언니들 대문을 밀치고 들어와 엄마, 엄마 하며 여기서 언니라 하니 시인 조연호가 떠오른다. 문장을 언니나 누나로 많이 쓴 시인이기도 하다. 대문을 밀치고 나간 일과 두들겨 맞는 일 역시 시 인식의 과정이다.

    우물 안으로 목을 내밀며 머리 검은 짐승이 하나둘, 목을 맨 자리마다 시점이 달랐다. 와서 읽고 가는 이, 모두 해석이 달랐다. 물론 필자 역시 여기서 목을 맸으니까 시를 보는 관점이 시인이 보면 한 웃음 할 거로 보인다.

    비가 오는 날은 마당을 쓸었다. 푹 적신 아침을 맞는 시, 마당 이리 깨끗하게 쓸어 담는 이도 없겠다. 물결 속에 떠가는 빗질은 목 없는 인형, 비와 물결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 걸까? 비가 개인적이라면 물결은 어느 갈래나 파왜 목 없는 인형이라고 했을까? 人形이 아니라 鱗形으로 본다면 한 조각 비늘로 형성한다. 등단한 시인이니 엄연히 물결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꾸역꾸역 대야에 이마를 눌린 채 멱을 감았다. 물론 이도 시 인식 과정을 묘사한다. 이마와 아랫부분 치마, 두 시어의 공통점은 마, 우리 말 동음이의어 말에 를 떼어다 쓴 것이다. 이와 치는 해석하기 나름이겠다. 옮기든가 다루든가

    울음이 마를수록 매운 것이 그리웠다. 신랄한 한 판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에 대한 평가겠다. 그건 나를 인정하는 것이며 나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맴맴 시린 발목을 잡고 앉으면, 몸을 씻기는 계모의 하얀 손 물론 시 객체를 상징한 문장이다. 계모繼母도 잇는 것이지만 시에서도 시 객체를 잇는 나를 일깨우는 존재는 늘 목마르도록 기다려진다.

    피 맺힌 회초리가 부러지며 무릎이 죄를 꿇고 소매를 걷은 계모가 뺨을 때리며 바지를 벗겼다. 뺨은 종이를 상징하며 바지는 시 해체를 상징한다. 무릎이란 뼈와 뼈를 잇는 관절로 읽고 쓰는 거기다가 다시 들여다보고 맞춰보고 나가는 일정한 피 맺힌 회초리는 작용과 반작용의 죄를 묻는 일이다. 회초리 시어가 참 좋다.

    가려운 뿔을 가진 염소들과 건초에 눕는 밤 피 맺힌 종아리를 핥으며 쯧쯧 가여운 년, 전에도 썼지만, 염은 소금기를 뜻한다. 노력에 대한 상징이다. 뿔 각배다. 그러니까 시인은 이를 가엽다고 했다. 무언가 선에 맞지 않는 거로 본다는 얘기다. 년은 계집이지만 년은 비틀거나 밟은 것 거기다가 때 묻은 것도 이 안에 함축되어 있다. 한자 사전 열어보시게.

    심심한 건달들은 대낮에도 찾아와 고기를 문간에 엮었다. 건달은 오월과 분명 대조적이다. 대낮은 아침과 같다. 물론 시에서 논하는 일이므로 고기를 문간에 엮었다. 이런 감상문 또한 고기다. 시마을 문간에 걸기 위한 작업이다. 분칠한 어린애가 헛간을 가리키며 손을 벌리면 나풀대는 치마가 내 것이었다. 시인이 이 필자를 본다면 분칠한 어린애로 보지 않을까! 하여튼, 빠르게 써 내려간 일사천리의 길 무언가 맞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이는 본업도 아닌 일인데 말이다. 구태여 하루 마음 정리하며 쓰는 년년 시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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