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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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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남해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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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9회 작성일 24-08-01 20:24

본문

누군가의 남해

=박지웅

 

 

꽃분을 깼다 삽시간에 신발 벗겨진 꽃이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꽃은 생전 처음 제 발을 보았다

사막으로 쫓겨난 쓸쓸한 발이었다

 

마당 밖에 맨발로 내쫓긴 날

나는 풀어진 보자기 같은 발로 꽃나무까지 걸어갔다

발등에 하염없이 꽃그늘을 얹도록

아무데도 갈 곳이 없었다

 

언젠가부터 길을 두고 머뭇거리는 일이 잦았다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밀어내느라 그랬을 테지만

발아래 애먼 흙바닥만 문지르던 날

 

나도 누군가의 길을 허물었을 것이다

저 꽃분 속에도 꽃이 연 길이 있을 것이다

 

가만히 꽃의 발을 모아 신발을 신겨준다

헐거워진 신에 맞추느라 꽃이 뒤꿈치를 몇 번이나 들었다가 놓는다

 

매실나무 아래 꽃신 한 짝 내려주는데 꽃배 같았을까

목깃에 묻은 흙 털어주니 때맞춰 멀리 나갔던 매실 그늘이 돌아와 닿는다


그늘은 불어나고 더 밀려와 금세 발목까지 차오른다

몇 걸음 물러나서도 나는 뱃전마냥 끄덕거린다

 

저녁 바람에 문득문득 헐거워진 그늘 사이로 뒤채이며 멀어지는 꽃신 하나

밤새 매실나무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다

 

 

   얼띤感想文

    꽃분에서 꽃신으로 가고 꽃신에서 꽃그늘 그리다가 한참이나 머뭇거림을 본다. 그러니까 그 과정에 흙바닥만 문지르곤 했음을 그와 같은 일은 시적 자아인 나도 있었음을 솔직히 틀어놓는다. 시는 좀 더 진행하여 기어이 신발을 신겨주기까지 하고, 신에 맞춰 넣으라 몇 번이나 시도까지 한다. 이와 같은 일을 꽃배로 여기기까지 하고 이제는 저녁 바람이 부는 가운데 점점 멀어져간 꽃신을 지켜본다. 밤새 매실나무 아래 지나가고 있는 광경을 본다. 물론 시의 내용을 간략화하여 적어 본 것이다. 이 시에서는 꽃의 이행과정을 그린다. 꽃분을 깨고 거기서 발한 신을 신는 일, 그러니까 꽃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꽃으로 필 여력은 없는 것이 된다. 만약 내가 카페를 하고 싶다면, 카페에 준하는 바리스타가 되어야 하는 일이 우선이고 택시를 하겠다고 하면 택시를 몰 수 있는 거기에 준하는 자격이 먼저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시를 쓰고 싶다면 마중물 붓듯 먼저 읽어야 할 일이며 거기에 준하는 비유가 적절히 있어야 그나마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참한 글이 되듯, 밤새 매실나무는 꽃분을 깨는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 시제 누군가의 남해는 불특정 다수를 지칭한다. 남해南海는 물론 시인의 어떤 경험적인 요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해, 시를 닦는 닦아 올리는 하나의 국자나 다름없으리라! 시인은 이를 꽃분이라 지칭한 것이다.

 

추천1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선생님, 뭔가 가시 같은 것도 많을 거로 사료됩니다.
모가 난 곳이 있더라도 그러느니 하며 너그럽게 혜량하옵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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