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마스크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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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마스크
=박지웅
운전자가 사라졌다
그림자 혼자 오십 미터쯤 오토바이를 몰았다
어두운 아궁이에 손을 넣어보듯
돌아온 그림자가 자기의 낯을 더듬었다
이미 쏟아져 흘러가는
얼굴
행인은 얼굴을 돌렸다
핸들을 놓친 듯
며칠 뒤 가로수에 해바라기가 걸려 있었다
사내의 얼굴이 피어 있었다
태양을 향해 활짝 터져 있었다
그 일이 며칠 가슴에 들러붙어 피를 빨았다
문학동네시인선 157 박지웅 시집 나비가면 094p
얼띤感想文
사람이 죽은 직후에 그 얼굴을 본떠서 만든 안면상 데스마스크다.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교통사고를 연상케 한다. 그러니까 운전자는 죽었고 근데 죽은 거 같다가도 마치 그의 목은 효수가 된 것처럼 걸려 있기까지 하다. 지나가는 말이지만, 효수梟首라 할 때 효梟 이는 회의문자로 새 조鳥에 나무 목木으로 이룬 글자다. 부수자는 나무 목木이다. 그건 그렇고, 운전자가 사라졌다는 말 시 읽는 독자가 없어졌다. 그림자 혼자 오십 미터쯤 오토바이를 몰았다. 그러니까 뭔가 부딪혀 오십 미터나 날아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오십 미터는 그냥 쓴 것이 아니라는 것. 오십은 나의 완벽성을 그리며 오토바이는 두 구체가 돌고 있는 모습을 그린다. 자전거가 아닌 오토바이다. 이는 그럴싸하고 뭔가 박진감迫進感마저 느끼게 한다. 어두운 아궁이에 손을 넣어 보듯, 아궁이는 독자의 골목이겠다. 돌아온 그림자가 자기의 낯을 더듬는다. 거울처럼 반향이며 그 반향에 비춰보는 또 하나의 그림자가 있다. 이미 쏟아져 흘러가는 얼굴, 효시다. 행인은 얼굴을 돌렸다. 핸들을 놓친 듯. 핸들을 놓친 게 아니라 핸들을 놓았고 아니 핸들을 던진 셈이다. 붓을 던졌으니까. 며칠 뒤 가로수에 해바라기가 걸려 있었다. 온통 길거리에 도배라도 한 듯 독자를 향한 공표, 그러니까 저잣거리에 내 건 셈이다. 이로 사내의 얼굴은 핀 것이고 태양 물론 불특정 다수 즉, 시 사랑하는 이 독자를 상징한다. 그 일이 며칠 가슴에 들러붙어 피를 빨았다. 아, 이러다 안 되겠다 뭐 이러다가 나도 한 장 썼어 내 걸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닐까하는 미루어 짐작斟酌해 본다. 피, 종이를 핥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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