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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의 빛 다량의 물 =류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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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0회 작성일 24-08-08 16:22

본문

도랑의 빛 다량의 물

=류휘석

 

 

    산책 좀 그만할까

 

    새 한 마리가 낮게 솟은 돌 위에 가만히 있었다

    개울물이 발에 닿아도 놀라지 않았다

 

    달력에 그어진 생채기를 결대로 찢었다

    얇은 비닐이 맥없이 손가락을 밀어냈다

 

    하천이 범람할 수 있으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집에 데려다놓았다

 

    젖은 그림자를 질질 끌고 다니는 동안

 

    한 해 더 버틸 줄 알았던 행운목이 죽었다

 

    발바닥에 박힌 돌이 빼내려고 온몸을 기울일 때

    물에 잠긴 얼굴로 쏟아지는 다량의 빛

 

    나는 그것이 빗물인 줄 알고 허우적거렸다

 

 

   문학동네시인선 206 류휘석 시집 우리 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 066p

 

 

   얼띤感想文

    도랑은 매우 좁고 작은 개울이다. 다량은 많은 분량이다. 빛과 물은 이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이며 여기서는 마치 돌고 도는 우주와도 같다. 산책,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다. 운동과는 전혀 다르고 실습과도 다른 어쩌면 무의미한 시간일 수 있으나 다음 여정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종의 군수품처럼 이는 정신적 토대를 마련한다. 그러나 이것도 너무 긴 시간을 허비한 나머지 정직한 노동은 오히려 수포처럼 투명한 결과를 초래한다. 새 한 마리가 낮게 솟은 돌 위에 가만히 있었다. 새가 가변적이라면 돌은 고정적이며 일체 불멸의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니까 새처럼 틈이 있다면 골목은 풍성할 것이고 솟은 돌은 과히 부럽지 않은 일이다. 개울물이 발에 닿아도 놀라지 않았다. 개울은 도랑과 그 성질이 같지만, 다량의 물에는 근본적으로 다름도 있거니와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그 역사가 발한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 사는 고구려 후예의 어느 고마 씨의 말이다. 1,700여 년의 시간 말입니까? 어찌 보면 긴 시간이지요. 그러나 그 시간 찰나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그때 그 상황에서 물 건너 여기에 올 때까지 마치 엊그제처럼 생생합니다. 그렇다. 한 역사의 맥은 긴 강에서 개울로 흘러 다시 긴 강으로 합쳐질지도 모르는 상황, 장래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달력에 그어진 생채기를 결대로 찢었다. 달력, 천체의 주기적 현상에 우리는 생채기를 낼 수는 없다. 그러니까 달력은 고정 불변적인 시간의 관념을 상징한다면 생채기는 어딘가 긁히거나 긁은 것으로 무언가 도전적인 의식을 담는다. 익히지 아니하고 날로 무친 나물 그 생채처럼 온다. 간혹 무채 나물에 국수를 비벼 먹는 느낌이다. ,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다. 얇은 비닐이 맥없이 손가락을 밀어냈다. 비닐은 여리다. 그러나 투명성으로 말하자면 이것보다 나은 것은 없으니 어떤 순수성과 결백을 논하는 일에 손가락으로 저지를 당한다면 일은 할 맛이 나지는 않겠다. 그건 가까운 사람의 소행으로 보이며 시는 하천이 범람할 수 있으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문자를 한다. 하천下賤 지위나 사회적 신분이 낮은 계급으로 여기서는 수준이 정도껏 한 단계 격이 다름으로 읽힌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 골목을 헤매는 이다. 그러니까 갈팡질팡한다. 언뜻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이 긔루어서 이 를 쓴다는 만해가 스친다. 젖은 그림자를 질질 끌고 다니는 동안, 그러니까 아무리 돌이라 해도 그 뿌리는 젖기 마련이고 그림자는 또 있기 마련이다. 끈질긴 싸움이었다.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행운목이었기 때문에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고 했다. 온전히 버틴 힘, 에너자이저. 물에 잠긴 얼굴로 쏟아지는 다량의 빛을 보고 있다. 나는 그것이 빗물인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긴 강물이었다. 류가 지배한 세계 어떤 한 지류를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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