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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사 가는 길 =조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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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0회 작성일 24-08-09 21:04

본문

망해사 가는 길

=조현숙

 

 

    까마귀 떼 날아오르다 내려앉곤 하는 광활*들녘에서 노인을 만났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온몸 헤죽거리는, 아비보다 큼직한 딸아이를 데리고 망망한 눈밭을 하염없이 걷고 있다

    딸아이를 산사山寺에 맡길 요량으로 속절없이 저무는 해에 마음 기대어 바다 쪽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

    어느덧 땅거미 스멀거리고 멀리서 누군가는 또 하루치의 고단함을 별처럼 환히 내걸고 있다

 

    캄캄하게 버티고 선 산마루 하나 없이 손 내밀면 거기가 하늘인 이곳

    광활에서는 누구나의 기쁨도 슬픔도 지평선 위에서 올망졸망 나란하다

    세상사 끝 모를 물음 또한 잠시 잠깐이면 까무룩 저 들녘이 되고 한 점 바람으로 흩어지고 마는 것을

    기어이 눈발은 어지러이 휩쓸며 앞서간 자국마저 지우려는가

    문득 휘돌아보니 헤쳐 온 길 간데없고 세상 등져야 보이는 바다

    꿈틀거리며 화들짝 펼쳐진다

 

 

    *전북 김제시 광활면, 지평선이 보이는 곳

 

 

   시작시인선 0504 조현숙 시집 붉은 도마뱀 열차를 찾아 42p

 

 

   얼띤感想文

    삶의 궤적도 망망하고 여태껏 살아온 것도 이미 지나간 것도 망망하다. 그것뿐인가! 앞서 파묻힌 것까지 합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망해나 다름없겠다. 시에 나오는 광활면은 일제 강점기 때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이룬 땅으로 수평선이 지평선이 된 지역이다. 어디 높은 산 하나 없이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 가을이면 황금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물론 가보지는 않았지만, 시를 통해 검색하고 본 우리의 땅 우리의 땅이름을 확인한다. 시인은 이곳을 거닐며 가는 한 노인을 보며 시상을 떠올린 것이다. 마치 한 인생이 걷는 것도 한 언어가 헤쳐나가는 길도 망망하기에 노인을 빌려 쓴 것이겠다. 우리 속담에 까마귀만큼 많이 들어간 것도 없을 것 같다. 까마귀 떼 날아오르다 내려앉곤 하는 광활 그러니까 까마귀는 검정을 상징한다면 광활은 지면을 상징한다. 눈밭과 눈발에 대한 어감에서 이미 지나간 발자취에 흔적처럼 걸어가는 광할 면이다. 그 길은 산마루 하나 없이 캄캄하다. 딸아이(자) 산사에 맡길 요량으로 바다에 기대어 바다에 의존하며 사는 시인, 그 고단함 어쩌면 불가의 수행처럼 닿는다. 그래도 바다에나 의탁할 수 있는 몸이라도 가졌지, 허구한 날 글 좋아 마냥 던지는 수제비처럼 이것이 흐르는 건지 마는 건지 모를, 지 좋아서 긴 강물 끼고 앉아 땅거미 묽은 안개 퍼지듯 온몸 눈발만 맞고 섰으니 에라 마 세상 등져야 보인다는 바다, 여기는 아예 푹 빠져 지내는 속절없는 삶, 까마귀사촌이 어디 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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