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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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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의 세계 =남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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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회 작성일 24-08-13 21:34

본문

수평의 세계

=남지은

 

 

    잘 익은 살구를 짓이기면 노을을 마저 완성할 수 있나요

    어리둥절한 새들이 부리를 번득이는 곳에

 

    어린 연인이 오늘 치 기쁨을 불꽃으로 쏘아올리는 곳에

 

    모서리를 쫑긋거리는 별

    멀리멀리 날아갈 때면 먼 곳의 선물을 입에 물고 늘 돌아왔어요*

 

    얼음이 녹아 흐르는 곳에, 그어진 선을 넘어보는 곳에

 

    개를 잃은 사람이 골목 끝에서 끝까지 이름을 외치고

    이름의 주인공은 타오르는 씨앗을 물고 멀어지는 곳에

 

    도착한 곳에 무릎을 구부렸어요

    꼬리가 흔들리는 방향은 어떻게 한결같은지

 

    잠 속에 물결처럼 흘러드는 살아있어살아있어살아있어

 

    저 빛은 어디서 시작됐는지 돌아볼 겨를조차 없는 곳에

 

    *빅토리아 턴불, 판도라, 김영선 옮김, 보림, 2017

 

 

   문학동네시인선 207 남지은 시집 그림 없는 그림책 067p

 

 

   얼띤感想文

    시에서 수평은 지구와 지면의 관계, 그러니까 당기고 다니는 어떤 팽팽한 힘이다. 이는 어느 쪽도 기울일 수 없는 곳 그러므로 수평을 유지한다.

    잘 익은 살구를 짓이기면 노을을 마저 완성할 수 있나요? 살구는 살+구로 이룬 단어다. 구체에 대한 다른 표현의 방법이고 노을은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 물든 하늘빛이므로 죽음 직전임을 묘사했다면 그 완성은 죽음에 이른 것이나 다름이 없다.

    어리둥절한 새들이 부리를 번득이는 곳에. 어리둥절한 새가 골목에 떠돌거나 단골의 출연이라면 부리는 구체화한 형상을 상징한다. 그것을 부리附異나 부리附裏 혹은 부리附利라 해도 되겠다.

    어린 연인이 오늘치 기쁨을 불꽃으로 쏘아 올리는 곳에, 어리다는 것은 미숙함을 연인은 시적 주체와 객체와의 인연이며 오늘 치는 지금 접한 이() 하나를 상징한다. 옥수수 한 알 심는 곳 그 기쁨에서 발한 불꽃이 닿는 곳은 역시 시적 주체임으로 둘의 역학관계는 팽팽하기 짝이 없다.

    모서리를 쫑긋거리는 별, 모서리는 구체에 반한 물질로 시 객체를 상징한다. 별과 대조적이다.

    멀리멀리 날아갈 때면 먼 곳의 선물을 입에 물고 늘 돌아왔어요, 아주 재밌는 표현이다. 무슨 강아지 다루듯이 한다. 거기다가 존대어는 마치 미숙한 어떤 한 아이를 다독이듯 한다. 가깝고 먼 곳은 거리 관계다. 어미 새가 모이를 물고 새끼 입에 넣어 주고 퉁퉁 부은 배에 궁둥이 뒤돌려 내뱉는 하얀 똥을 삼킨다. 성장과 균형을 우리는 보고 있다.

    얼음이 녹아 흐르는 곳에, 그어진 선을 넘어보는 곳에, 얼음은 시 고체성을 상징하며 그어진 선은 사선으로 어떤 한 경계를 묘사한다. 마치 긴 강물 거슬러 헤쳐 오르는 연어, 그 연어 떼가 연상된다.

    개를 잃은 사람이 골목 끝에서 끝까지 이름을 외치고, 이 장면도 상당히 재밌다. 이름이라면 아마 돗꾸겠다. 돗꾸(督球)야 돗꾸야 하며 부르는 소리가 얘까지 들린다. 골목 끝에서 끝까지다. 대가리 온통 뒤흔든 느낌이다.

    이름의 주인공은 타오르는 씨앗을 물고 멀어지는 곳에, 이름의 주인공은 독구督球 , 시 주체다. 씨앗(核心)을 물고 나 잡아봐라 하며 저 멀리 뛰어가고 이런 장면을 연상하면 수평은 힘의 균형이다.

    도착한 곳에 무릎을 구부렸어요, 무릎은 관절이다. 뼈와 뼈 사이가 맞닿아 있는 곳, 어쩌면 독구와 독구의 주인은 닮아 간다. 꼬리가 흔들리는 방향은 어떻게 한결같은지. 주인 따라가는 것이다.

    잠 속에 물결처럼 흘러드는 살아있어살아있어살아있어, 죽지 말고 나 꼭 잡고 있어 하며 놓치기 싫은 마음 기어코 죽지 않고 꼭 넣고 있는 마음까지 한 번 더 버팀의 세계로 더욱 팽창하고

    저 빛은 어디서 시작됐는지 돌아볼 겨를조차 없는 곳에, 순식간이다. 눈 한 번 깜짝하거나 숨 한 번 쉴 만한 아주 짧은 동안 우리는 사랑을 했다. 지구의 역사를 보면 살아 숨 쉰 한 영혼은 불가에서 말한 찰나나 다름이 없겠다. 결국, 수평의 세계로 돌아간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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