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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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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지하도 =김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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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3회 작성일 24-08-14 20:17

본문

지하도

=김현서

 

 

    걸어간다 챙이 노란 구름을 쓰고 걸어간다 손목이 가느다란 시간이 지하도를 걸어간다

 

    이상한 구두를 신고 걸어간다 한 번도 입을 열어보지 못한 지하도

 

    빗방울이 돋아난다 뒤꿈치를 들고 걸어간다

 

    빗방울이 자란다 머리가 반쯤 쪼개진 채로 걸어간다 어둠의 잔뿌리를 만들며 지하도를 걸어간다

 

    꼬깃꼬깃 접어놓은 수요일 잇자국이 선명한 지하도를 걸어간다 구름의 배설물을 닦으며 아흔아홉 갈래 길을 걸어간다

 

    주렁주렁 빗방울이 달린다 너무 익어 붉은 진물이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이 달린다

 

    물컹거리는 지하도를 걸어간다 머리를 숙이고 빛을 향해 12번 출구를 향해

 

 

   문학동네시인선 081 김현서 시집 나는 커서 026p

 

 

   얼띤感想文

    시제 지하도는 고정불변의 세계다. 마치 저승길처럼 어둡고 내가 가기 싫은 곳이다. 하지만 어차피 걸어야 할 의무가 있다면 묵묵 걸어야 한다. 비록 그 길이 내 신변을 바꿀 수 없는 길이라 해도 걸어야 하는 시인의 위치를 이 시는 얘기한다. 걸어간다. 챙이 노란 구름을 쓰고 걸어간다. 챙은 모자 끝 햇볕을 가리는 부분이다. 색상 노랑은 노란빛의 물감으로 무섭게 밀려오는 파도(怒浪) 세파를 상징한다. 얼굴에 핏기가 없는 죽음에 이른 색상이기도 한 노란, 구름을 쓴 것은 내 하고 싶은 일은 먼 곳 이상향이며 그 이상향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손목이 가느다란 시간이 지하도를 걸어간다. 손은 하나의 기술이다. 손을 뗀다. 손을 거친다. 손에 익다. 손을 붙인다. 가느다람의 뜻은 보통에 미치지 못한 손이다. 아직은 미숙하다. 그러나 고정불변의 세계를 걸어야 하는 시인, 그 지하도다.

    이상한 구두를 신고 걸어간다. 한 번도 입을 열어보지 못한 지하도. 나와는 맞지 않은 세계, 언어와 문자와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한 번도 섞어 본 일 없는 일련의 과정이 생소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듯이

    빗방울이 돋아난다. 하나의 구체를 형성하고 뒤꿈치를 들고 걸어간다. 발뒤꿈치는 어떤 사람이 가진 능력이나 자질의 가장 낮은 수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몸 살리며 걷겠다. 우선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빗방울이 자란다. 머리가 반쯤 쪼개진 채로 걸어간다. 어둠의 잔뿌리를 만들며 지하도를 걸어간다. 빗방울은 아까도 얘기했듯이 구체라고 했다. 그것은 하나의 이상향이며 진정 바라는 생명수다. 지하도를 걷고 있는 시인과 한 편은 생명수와 같은 진리와 존재가 더욱 드러나고 있는 마당, 머리가 반쯤 쪼개진 채로 걷는다. 하나의 판단력은 둘로 나뉘며 걷는다. 그러므로 어둠의 잔뿌리는 점점 자라고 여태 지하도를 걷는다.

    꼬깃꼬깃 접어놓은 약속 비 오는 수요일엔 붉은 장미를 그녀에게 건네고 싶다만 지하도는 오히려 더 선명하기만 하다. 구름의 배설물을 닦으며 아흔아홉 갈래 길을 택하는 시인, 현실에 닿은 이상향을 포기하고서까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인의 직무에 매진하기로 한다.

    주렁주렁 빗방울이 달리고 너무 익어 붉은 진물이 뚝뚝 떨어진다. 지하도를 걷는 대가였다. 물컹거리는 지하도다. 너무 익어 자연스럽기까지 한 세계관을 형성한다. 머리를 숙이고 빛을 향해 12번 출구를 향해 나온다. 머리를 숙인다는 말 시인 백석의 시가 지나간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에 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12번 출구, 하루가 아닌 1년 어쩌면 직업으로서 가져야 할지도 모르는 지하도, 신의 완벽성과 신의 통치에 어쩌면 굴복하는 자세 그것은 또 다른 한 세계관을 잊기 위해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 12번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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