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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개 / 이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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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95회 작성일 15-10-1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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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개 / 이길원

아침 신문을 읽다가
머리 내민 개 한 마리를 본다
화판 가득한 사막에서 머리만 내민 채
헐떡이던 고야의 개
10여 년 전
프라도 미술관에서 만난 그 개
잊고 있었는데
어제는 꿈속에서
꺼억 꺼억 소리치며 나를 깨우더니
이 아침엔
신문 행간에 숨어 또 슬픈 눈을 뜬다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소리쳐도 놈은 물러서지 않는다
손사래를 쳐도 물러서지 않는다
프라도에선
한 마리던 고야의 개
수십 마리로 늘어나
핸간마다 고개를 내민 채 숨을 몰아쉰다
굵은 활자는 점점 작아지며
모래알이 되더니
바람에 흔들리는 사막이 된다

* 감상
  시인은 과거에 외국 여행중 프라도 미슬관에서 화가 고야가 그린
  화판 가득한 사막에서 온 몸은 모래에 묻히고 머리만 내밀고 헐떡이는
  개 한 마리를 보고 심적 충격을 받아서 각진 여운으로 남아 있는데
  마침, 그날 아침 신문을 읽다가 그 그림을 본것이다
  그 순간부터 떠오르는 헐떡이는 개의 모습이 여운으로 신문 행간을 계속
  누비며 아른거린다
  시인의 심상과 개의 이미지가 수시로 크로싱 되고 있는데
  그 이미지가 너무 간명하고 쉽게 묘사 되어 있다
  나도 이렇게 시를 쓰고는 싶다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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