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광(感光) =전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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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광(感光)
=전수오
나는 햇빛을 보면 사라진다
지하의 하얀 방에는 창이 없어서 영원히 살 수 있다
한 선인장이 알 수 없는 틈으로 내 방에 들어온다
태양이 스민 연둣빛 얼굴
따가운 한낮의 가시로 가득한 적의
물관이 차오를 때 들리는 물빛 무지개 소리
맑은 날 한 무리의 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꼬마 기차에 올라타 사라진다
웃음소리가 흐려질수록 선명해지는 빈 벤치
나는 한쪽 벽에 해를 그리고 다른 선인장을 방으로 유인한다 계속
더 크고 빛나는 해를 그린다
아이들이 놓친 풍선이 날아오른다
민음의 시 307 전수오 시집 빛의 체인 15p
얼띤感想文
시제 감광은 빛에 감응하여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시의 한 특성을 살려 쓴 시다. 지하에 묻힌 시, 지하 한 오 백미 터 아래에 그것도 독방에 내가 처한다면 나는 어떤 발광을 할까, 혼자 지내는 것도 한 며칠이면 족할 것이다. 지구에 내려와 있는 것 자체가 지하 오 백미 터 독방이나 다름이 없다. 내가 아는 아이들과 도형을 벽에다 그리면서 따분한 하루를 보낼 것이다. 두려움이나 공포 같은 것은 있을까 아무도 없는데 벽에다 그려놓은 아이들은 무슨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면, 내 죽고 난 후의 일 여기에 까무잡잡한 한 인간이 있어 고이 잠들었나 보다. 살이 뭉그러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정강이뼈와 해골 고대의 유적 발굴처럼, 붓으로 싹싹 쓸어 담아보는 일 유전자 감식을 통해 어떤 유의 인간이었는지 확인하기까지 그러나 이것도 발견이 되었다고 할 시 몇억 광년이 지나고 뼈까지 문드러진 후의 세계는 지구는 있을까 쪼개진 달과 이상기후의 지구는 아닐까 그때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는 현재 우리의 독방 지구 안에서 그저 독방에 갇힌 한 친구의 시를 읽으며 빛을 주고 그 친구가 그려놓은 아이의 풍선을 받아놓는 일 오늘은 비가 왔고 때때로 흐렸고 선인장처럼 잠시 푸른 시간을 보냈다는 것 8월 25일에 일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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