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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피아노 =나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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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회 작성일 24-09-15 21:01

본문

피아노

=나금숙

 

 

    초원 위의 늙은 피아노

    옮기거나 수리하려면 고비용이 든다

    버려진 시간만큼 피아노는 피아노가 되어 갔다

    버려진 오래된 피아노는 아름답다

    키 큰 풀들이 피아노의 다리를 쓰다듬는다

    바람이 건반을 두드리고 갈 때 익숙하게 음률을 낸다

    바람의 세기가 늘 다르듯이 이 소리도 항상 새롭다

    여보세요, 저예요..........

    언제나 열려 있고 언제나 잘 닫힌다

    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

    건반이나 키가 스스로 조율하는데

    어느 날 피아노의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석양 무렵, 오솔길이 산책하러 나오면

    피아노의 두 발도 개펄 속의 털게처럼 움직인다

    한 세계가 한 번 더 오는 것을 마중하러 나간다

    초원의 경락도 세차게 움직이며 힘을 뿜는다

    여기는 또 하나의 코나락 사원,*

    고목이든 뒤집힌 바위든 웅덩이든 별이든

    초원의 정령들이

    서로의 육체를 찾아 극치로 껴안는다

    혼자 올라가는 사다리는 여기에 없다

    이름에 ~라 하고 붙는 어미語尾가 부드러운 나라,

    초원 위의 늙은 피아노는 이름이 다니엘라이다

 

 

   시작시인선 0506 나금숙 시집 사과나무 아래서 그대는 나를 깨웠네 34-35p

    *코나락 사원; 인도 동해안 연안에 위치한 태양 사원. 건물 벽에 미투나 조각상이 유명함

 

 

   얼띤 드립 한 잔

    피아노는 피아노이겠지만 저 피에 해당하는 나 아거나 싹 아거나 늙을 노이슬 로로 환치가 가능한 시어다. 이를 옮기거나 수리하려면 고비용이 든다. 무언가에서 무언가로 이전한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 여기에 비용까지 드는 건 당연지사다. 내가 한 분야에서 월등한 전문가가 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버려진 시간만큼 피아노는 피아노가 되어 갔다. 그러니까 앞에 쓴 피아노와 뒤엣것이 다름을 볼 수 있다. 앞이 시 객체를 지목했다면 뒤는 피아노처럼 완벽한 건반의 세계다. 버려진 오래된 피아노는 아름답다. 뭐 어느 쪽이든 모두 아름답게만 보는 시인이다. 키 큰 풀들이 피아노의 다리를 쓰다듬는다. 무언가에 대한 접근성과 호감성이 묻어난다. 다리는 전에도 한 번 쓴 적 있다. 교량적 역할도 있겠지만 모든 이치를 대변한다. 뒤에 나오는 사다리와 대조적이라는 것도 명기한다. 바람이 건반을 두드리고 갈 때 익숙하게 음률을 낸다. 어느 쪽이든 호환성까지 갖춘 피아노를 우리는 보고 있다. 바람의 세기가 늘 다르듯이 이 소리도 항상 새롭다. 여보세요, 저예요. 하며 불러본다. 그러나 알아볼 일 없다. 그러나 시를 제유한 피아노는 언제나 열려 있고 언제나 잘 닫힌다. 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 건반, 건반을 보면 흑백으로 이도 단색이다. 키는 길이를 뜻하기도 하지만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도 있다. 석양 무렵, 서쪽 죽음을 부르는 징조다. 오솔길은 소로小路로 견문은 좁으나 호젓한 무언가를 상징한다. 얘네가 산책이라도 나오면 즉 시를 읽겠다고 들여다보기라도 한다면 피아노의 두 발도 개펄 속의 털게처럼 움직인다. 두 발은 정부임을 알 수 있다. 하나는 바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른 것임을 알 수 있다. 털게, 동물적 심성을 대변하기도 하고 무언가 궤변이 꽤 있을 것 같은 이미지다. 거기다가 자꾸 옆으로만 가는 저 성질을 게 하나로 잘 꾸민 것이다. 한 세계가 한 번 더 오는 것을 마중하러 나간다. 그러니까 피안으로 안내한다. 그러면 초원의 경락도 세차게 움직이며 힘을 뿜는다. 여기는 또 하나의 코나락 사원, 코나락 사원처럼 연안이자 조각상처럼 볼 수 있는 시 객체의 모든 배설물, 고목이든 뒤집힌 바위든 웅덩이든 별이든 초원의 정령들이 서로의 육체를 찾아 극치로 껴안는다. 마치 누 떼의 이동처럼 그들이 숭배하는 건 오직 풀, 한목숨 부지하는 일은 악어나 긴 강의 위험이 아니었다. 찾아 나서야 하는 어떤 종교적인 행사처럼 망치가 극치로 닿는다. 혼자 올라가는 사다리는 여기에 없다. 하기야 누가 견인하는 저쪽 세계의 손짓이야말로 이쪽은 마치 강시처럼 일어나고, 이름에 ~라 하고 붙는 어미語尾가 부드러운 나라, 어미가 라 하니 언뜻 신라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은 초원 위의 늙은 피아노는 이름이 다니엘라라 했다. 다 한 번 띄어 쓰고 니 한 번 더 띄어 쓰고 엘라다. 엘라는 어린아이라는 방언이다. 경상도 방언은 얼라, 어린이다. - - 얼라다. 참 어처구니없는 시 해석이 될 수도 있지만, 이건 엄연한 지금의 시 문학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일본 역사학자 이름이 언뜻 생각난다. “다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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