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말 =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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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회 작성일 24-09-17 20:46본문
난민의 말
=손택수
나는 나의 나라로 망명했지
덕분에 나의 모국어는 외국어가 되었지
외국어보다 더 낯선
나의 말은 차라리 아이의 말
힘없는 말, 힘이 없어도 아이는
당당한 나라이긴 하지
손짓 발짓 눈짓이 다 말인
저만의 문법을 갖고 있긴 하지
상륙중인 보트를 바다 한가운데로 밀어내고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할 때,
제주에 온 난민을 두고 찬반 투표로
더없이 선량한 애인들과 설전을 벌이고 돌아설 때
나의 말은 그냥 힘없는 말
그저 철딱서니 없는 말
그리하여 나는 벙어리장갑을 혀에 끼고 다니지
벙어리가 아니라 엄지
장갑이라 다시 불러달라 해야 하는데
추방당한 말은 어디서나 제국을 만나지
상하이로 항저우로 난징으로 창사로
유랑하는 임시정부들을 만나지
나의 말은 그리하여 뒤척이며 흐르지
보트를 품은 바다처럼
문학동네시인선 180 손택수 시집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061
얼띤 드립 한 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은 몇백만 명이다 유럽으로 들어가는 버스와 기차는 동네 주민으로 가득하여야 맞지만, 난민으로만 가득하다 도보 해협을 마주한 칼레 난민촌 임시 난민 캠프가 있다 바닷바람 부는 난민촌은 뉴 정글을 이룬다 우리가 도착할 땐 이미 아수라장이다 얼마나 밀려들었는지 난민촌은 구멍가게도 생겼다 한 난민의 천막촌을 들여다보았다 우리 예쁜 딸 호마예요 보세요 고기 쌀 비스킷 아무거나 주면 우리는 다 먹어요 이집트에 가면 참살당했을 거예요 여기 있어도 참혹한 건 마찬가집니다 아이가 불쌍합니다 저녁이 되자 바닷바람은 더 매서웠다 난민촌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얇은 천막에서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밤에는 밖에서 서로 불을 지피며 얘기하다가 잠을 청한다 방 안에는 오로지 양초 하나에만 그것도 양이 부족해서 아껴 쓴다 난민은 새로운 천국 영국을 희망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절망이다 유럽은 난민을 두고 분열되고 있었다 프랑스에 있었던 아이에스 난사 사건은 이미 백여 명의 사망자를 몰고 왔다 파리 시민의 말,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무섭습니다 우리는 뭉쳐야 합니다 빨아들이는 다리는 절단하고 불법 이민자는 도움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이 사회에 발붙일 곳 없다는 것을 강력히 알려야 합니다 일부 극우파는 약진의 주장을 펼쳤다 유럽 각국은 국경을 더욱 통제하기 시작했다 각국 이동의 자유에 대한 변론에 대한 이중 실패가 스스로 인증한 셈이다 유럽에 가서 사람다운 삶은 어떤 것인지 보고 싶어요 어느 난민의 말, 여기에서 시간은 삶이 아닙니다 유럽으로 들어가는 길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어떻게 가시려고 합니까? 어 시리아에서 겪은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유럽으로 가기 위한 터키는 교두보나 마찬가지였다 터키 상가는 구명조끼로 분비고 밤은 구명조끼들뿐이었다
위의 내용은 다큐멘터리 방송(KBS20151204)의 얘기다.
시인은 시는 독자와의 소통을 얘기한다. 시가 잘 읽을 수 있는 사회, 말이 통하는 사회, 소통성과 융합을 그린다. 그러므로 내가 쓴 시는 외국어보다 더 낯설고 힘없는 말뿐만 아니라 평화와 인권을 주장한 난민처럼 이 사회에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시인께서 사용한 시어 몇 개만 본다면, 제주와 제국 여기서는 건널 제濟며 주인과 형국을 대변한다고 보아야겠다. 상하이, 항저우, 난징 모두 중국이다. 물론 난민 청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은 다른 한쪽 마음의 한가운데처럼 그곳 임시정부처럼 만난다. 정부는 정부正否라는 얘기도 전에 쓴 적 있다.
난민은 난민이 더 알아준다. 하지만 힘없는 난민은 동질감만 느낄 뿐 항변할 뚜렷한 권리는 없다. 어쩌면 난민처럼 떠도는 나의 말, 이것도 한 세기 하나의 시점에서 무언의 손짓과 같은 깃대 치올리는 것과 다름없는 일,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주류도 아니고 비주류도 아닌 그 어느 쪽도 대변한 삶은 아닐지라도 사태는 어떻게 흐르고 수습되어갔는지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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