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가방 =박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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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9회 작성일 24-09-17 20:49본문
베네치아 가방
=박라연
눈요기용 행복이라도 담아 갈 가방을 사려고
골목에 들어선 것인데
흐르는 물과 흐르는 사람은 빼고 가방에 넣을
목록을 찾아 헤맸는데
귀국 후 가방을 열자 흐르는 물 흐르는 얼굴
흐르는 마음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이 합창하듯 하는 말
-우리는 이제 당신입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77 박라연 시집 아무것도 안하는 애인 20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베네치아는 배네치아처럼 보인다. 시 객체를 제유한다. 배, 짝이라든가 북돋는 말이라든가 배 등을 혹은 곱절 나가는 어떤 일, 밀치거나, 북쪽을 가리키는 것으로 무리, 아이 밸, 노니거나, 잔 같은 것으로 치환할 수 있다면 ‘네’는 너 치아治牙다. 그러니까 소리 은유다. 가방은 물건을 넣어 들거나 메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용구다. 여기서는 마음을 상징한다. 마음은 오묘하다. 그냥 흘러가지는 않는다. 무언가 묻혀 있어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지만, 그것을 탈탈 털어내거나 따로 떼어 어디다 담아 둘 수 있다면 하는 일 다들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것들 잘만 다룬다면 피안은 꼭 어둠만은 아니겠다. 홀가분한 자세와 가볍기 짝이 없는 솜털 구름처럼 나는 세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시는 가방을 사거나 가방에 넣거나 가방을 연다. 마음을 사고 싶은 행위, 마음에 넣을 목록 같은 것은, 마음을 열어보는 행위는 마음에 좀 더 근접하기 위한 행위다. 당신에게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행위, 바로 베네치아 가방이다. 예전, 커피 일이 힘들어 부업으로 보험 일을 한 적 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커피가 주며 부업으로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기계 영업, 교육, 창업지도, 체인사업과 각종 물품 납품에 이르기까지 보험도 꽤 오래 했다. FC 수명 평균 8개월이라 했는데 나는 근 5년을 했다. 한때 연봉이 억 단위까지 올라 최소 2년은 유지한 적도 있었다. 보험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마음을 사야 움직인다. 그 마음에 대한 대가는 엄청나다. 없는 믿음을 판다는 것, 마치 종교처럼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혹여 일어난다면 이에 대한 준비가 보험이다. 사람은 믿지 않는다. 현실만 중요하니까, 그러나 이에 대한 대가는 보험 수당에 걸맞은 대가 지급이었다. 물론 남는 장사라야 맞다. 생각보다 수당은 커서 몇백만 원 호가하는 가방에서부터 몇천만 원에 이르는 기계까지 팔았다. 각종 술도 마셨다. 가무는 가무가 아니었다. 지금은 가무처럼 새로운 일을 또 하고 있다. 매일 가무다. 새로운 것은 늘 고통이 따른다. 어떤 때는 죽고 싶은 심정까지 든다. 우울가 우환이 겹치고 별이 보인다. 하다 보면 능숙한 과정이 있을 거라 믿으며 끝없이 간다. 그렇게 간 것도 다 돈 때문이었다. 가방을 떠올리다가 언뜻 생각나는 지난 과거였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요즘 날씨가 여전히 덥습니다.
건강관리 잘하시고요,
드립커피 한 잔 잘 마시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