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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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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천엽벚꽃 =주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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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0회 작성일 24-10-0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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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엽벚꽃

=주하림

 

 

    맛있는 저녁 냄새가 흘러나오는 대문

    어떤 그림자가 기웃거린다

    초여름, 꺼진 소파에 엎드려

    HBO 드라마를 보다

    가족 누군가 좀비가 되어 방문을 열고 나와도

    놀라울 리 없는 집을 잠시 나온 개

 

    나는 이제 살길을 행복하게 갈구할 거야

    역경이 오면 그땐 다시 떠돌이 개처럼 뜨거운 침을 흘리며 잠깐 경련하겠지만

    그전까지 나는 모든 행복한 시간을 통틀어

    그것을 전부 가지고 있는 여름이 되어 있을 테니

 

    공원에서 터진 입안을 헹구고

    어두웠다 천천히 빛으로 가득해지는 장면처럼

    초여름, 얼굴이 상처투성이인 네가 평온하게 돌계단 아래에 기댄다

 

 

   문학동네 시인선 176 주하림 시집 여름 키코 082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천엽벚꽃천엽千葉은 겹꽃잎 혹은 복엽이라고도 한다. 천엽에서 여러 개의 시 객체를 상징한다고 보아야겠다. 시는 죽은 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환희다. 시를 읽으면 죽음의 세계가 더 궁금하기도 하다. 그건 피안에 대한 묘사가 현실 세계와 별반 차이는 없을지언정 고립이거나 사장이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반응으로 고통받는 세계보다는 때로는 아무것도 없는 것 그러니까 고통이나 고민이나 걱정과 불안이 없는 곳을 어처구니가 없게도 동경하는 것이다. 맛있는 저녁 냄새를 맡고 어떤 그림자와 함께 누워 보는 일은 피안에서만 느끼는 일상이며 푹 꺼진 소파에 드러누워 보는 것도 모처럼 닿는 휴식처럼 어쩌면 그것이 짧은 여행일망정 혹은 길고 긴 방치와 같은 시간일지어도 진정한 삶을 사는 것이겠다. 그러다 정말 여름이 오면 물불 가릴 것도 없이 두 눈 부라리며 저 당초를 잡아보는 일 살아야 하니까, 그것으로 새로운 여름의 기회가 온다면 수두룩한 돌들로 이룬 공원을 한동안 배회할 기회도 생기니까, 시에서 사용한 시어는 평상시 우리가 사용한 뜻과는 다르다. 가령 저녁은 죽음을 불러오는 장으로 죽음의 예시와도 같다. 소파는 등받이가 있는 푹신한 의자와는 그 개념이 다르다. 상소上疏에 이르는 소처럼 파는 하나의 지류나 물결로 보는 것이 맞다. HBO는 미국 소유의 케이블 TV 네트워크지만, 압축되거나 액화된 대기압 그 이상으로 농축된 산소처럼 뭔가 눌려 있는 것이 방금 터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개와 공원과 돌계단도 그 성질을 곰곰 생각해 보며 감상하면 더욱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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