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의 소 이야기 =백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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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회 작성일 24-10-01 21:12본문
절간의 소 이야기
=백 석
병이 들면 풀밭으로 가서 풀을 뜯는 소는 인간人間보다 영靈해서 열 걸음 안에 제 병을 낫게 할 약藥이 있는 줄을 안다고
수양산首陽山의 어늬 오래된 절에서 칠십七十이 넘은 로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치맛자락의 산山나물을 추었다
정본 백석 시집 문학동네 57p
얼띤 드립 한 잔
로장은 노장老長으로 나이가 많고 덕행이 높은 중을 일컫는 말이다. ‘추었다’ 이는 추렸다는 말로 ‘추다’는 ‘추리다’는 뜻의 표준어다. 시가 간단하다. 앞뒤 두 절로 이룬다. 시제 ‘절간의 소 이야기’는 마치 이 앞뒤 두 절의 이야기를 서로 비유를 들어 산의 처세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인간만이 영한 동물은 아니듯 소 또한 산이든 들이든 온갖 풀을 먹으며 제 생명을 영위한다. 열 걸음이라는 말, 완벽의 수지만 지척으로 닿는다. 모든 병의 원인 사실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내 먹는 것에 대한 조금 더 관심을 두고 고찰해 보는 일, 먼저다. 수양산에서 보는 한자, 머리에 이는 볕이다. 칠십이라는 노장과 열이라는 걸음에서 뭔가 대조 아닌 대조처럼 보인다. 수에 대한 집착이 낳은 나의 사고다. 칠십에서 오는 칠도 범상치가 않다. 옻칠이나 하듯이 이 긁적이는 심사 또한 산자락을 들춰보는 일이므로 병丙에 대한 치료의 갈구다. 이리저리 산 둘러 걸으며 산나물 곳곳 캐어 맑은 물 곱게 씻어 살짝 데쳐 담은 그릇에 별다른 간 없이 소금에 무치다가 참기름이나 한 방울 똑 떨어뜨려 하얀 밥 비벼 먹었으면 하는 바람, 세상사 복잡한 일 다 끊고 산에 기거한다면 하루가 하루만의 일은 아닐 것 같다. 하루를 산다고 해도 속 편히, 어머니와 같은 저 거대한 산속 품에서 또 하나의 산을 이루고 고이 잠들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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