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니(春泥) =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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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6회 작성일 24-10-03 20:54본문
춘니(春泥)
=신미나
언 땅이 풀리던 날에
언니는 몸을 풀었습니다
달리아 같은 핏덩이를 쏟고서
다리 사이에 양푼을 끼고
미역국을 퍼먹었습니다
배냇저고리에
끼울 팔이 없습니다
말려서 태울 탯줄이 없습니다
새벽 산을 헤매다
머리카락에
도꼬마리를 묻히고 돌아온 언니야
장롱 밑에
잃어버린 귀걸이 한 짝
반짝, 실눈을 뜰 때
문학동네시인선 221 신미나 시집 백장미의 창백 016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춘니春泥’는 봄에 녹은 땅을 말한다. 니泥가 진흙을 뜻한다. ‘춘니’하면 유명한 시가 있다. 시인 김종길 선생의 시, ‘춘니’다.
춘니
= 김종길
여자대학은 크림빛 건물이었다.
구두창에 붙는 진흙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알맞게 숨이 차는 언덕길 끝은
파릇한 보리밭―
어디서 연식정구의 흰 공 퉁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뻐꾸기가 울기엔 아직 철이 일렀지만
언덕 위에선,
신입생들이 노고지리처럼 재잘거리고 있었다.
시인의 상상은 무한한 그림 한 장 떠오르게 한다. 하얀 크림색 보기까지 구두창과 여기에 달라붙은 진흙의 질감을 생각하면, 아주 찰지다. 알맞게 숨이 차고 파릇한 보리밭까지, 살았다. 살아 있다. 연식정구의 흰 공 튕기는 소리는 타악 타악 탁탁거린 의성어는 빠졌지만, 볼펜 제법 쳤을 법한 느낌이 들고 뻐꾸기 울음과 종다리 울음은 어데 둘 바 없을 정도다. 그만큼 봄은 확실했다.
언 땅과 언니는 단어만 틀리지 그 성질은 같다. 언니는 언니처럼 들리지 않는다. 굳이 한자로 표현하자면 빙니氷泥다. 달리아는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이지만 달=리아理我와 같다. 하나의 이상향이자 시의 목표지다. 다리는 다리多理로 수많은 이치를 양푼은 그릇을 대하여도 좋고 양쪽 무게를 풀어나가는 설로 보아도 좋다. 미역국은 미역국이겠지만 한자음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변용이 가능한 시어다. 그것은 시 객체에 대한 묘사다. 배냇저고리, 이 시어도 리로 끝나며 배 냇(냇물)과 저 높은 이치와 맞닿아 있다. 머리카락은 검정을 상징하며 이에 앞서 미역국에 미 또한 눈썹 미眉로 생각을 가져도 좋겠다. 도꼬마리, 이것도 리로 끝난 시어다. 도꼬는 도끼의 방언으로 양 틈을 벌려놓은 시적 장치로 그 역할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장롱은 장롱場聾으로 표현하였지만 長-long long-time으로 즐긴 마당이었을 것이다. 귀걸이와 반짝 反짝 여러모로 시적 어휘의 유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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