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 =박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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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회 작성일 24-10-16 21:34본문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
=박판식
25 곱하기 2에 빼기 2, 어린 아들은 무엇을 계산하는가
검은 장미, 하늘은 후퇴를 거듭하는 중이다
운이 다한 거북이가 바다로 돌아가는 길에 굶주린 자칼을 만난다
스물 다섯 나이에 죽은 엄마를 만나러 쉰여덟 나이의 아들이 하늘나라로 가면
아빠 같은 아들과 딸 같은 엄마가 만나겠네
장구벌레들이 눈송이처럼 떠 있는 웅덩이를
엄마 하고 불러본다
나가려고 옷을 차려입었다가 다시 하나씩 벗고
발가숭이가 되어
중환자실의 외삼촌 자세로 누워본다
임신한 아내가 냉면을 찾는다
뱃속의 아이는 실컷 놀았다
제아무리 더하고 빼도 세상의 무게는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문학동네시인선 170 박판식 시집 나는 내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 051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 시에 대한 묘사다. 시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이미지가 대충 떠오르기도 한다. 시인은 아무래도 어린아이 생각에 시 한 수 지었겠지만 시는 독자에 대한 배려다. 25 곱하기 2에 빼기 2, 여기에 수학 문제로 썼지만, 시적으로 풀어야 한다. 이십오는 완벽한 개체의 수, 십이 둘이고 오는 나를 상징한다. 곱은 이물질이다. 더하고 빼는 건 대충 말을 조정해나가는 시적 활동을 묘사한다. 검은 장미는 글, 자를 상징한다. 길고 긴 꼬리처럼 닿는 검정 말이다. 하늘은 북을 가리키며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는 행위는 시에서 자꾸 멀어져가는 마음을 묘사한다. 운이 다한 거북이가 바다로 돌아가는 길에 굶주린 자칼을 만난다. 거북이는 동물적 심성에 빵처럼 거대한 북을 가리키며 바다는 언어의 고장이다. 자칼 역시 동물적 심성을 내포하지만, 시적 주체를 은유한다. 스물다섯 나이에 죽은 엄마를 만나러 쉰여덟 나이의 아들이 하늘나라로 가면, 스물다섯과 쉰여덟, 수의 개념이 묘하다. 스물다섯의 개념은 아까 설명했으니까 쉰여덟은 나 오에서 팔로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뻗는 말을 상징한다. 아빠 같은 아들과 딸 같은 엄마가 만나겠네. 시적 교감이다. 장구벌레들이 눈송이처럼 떠 있는 웅덩이는 엄마다. 엄마는 바닥을 낳았으며 바닥을 일깨운 존재다. 장구라는 말, 무언가 길게 느껴지는 구체처럼 돌고 도는 벌레다. 나가려고 옷을 차려입었다가 다시 하나씩 벗고 발가숭이가 되어 중환자실의 외삼촌 자세로 누워본다. 시를 이해하려고 덧붙여보고 다시 벗겨보는 말, 발기한다는 발에서 더한다는 가에다가 높인다는 숭 그 이치를 발가숭이라 하면 중환자실은 무겁고 환치가 가능한 글자의 실익을 논한다. 외삼촌은 역시 바깥에 놓인 이리저리 낀 마디며 마을이며 헤아려야 할 자, 그 자세로 바닥에 눕는다. 임신한 아내가 냉면을 찾는다. 아이를 가질 때 아내는 냉면을 찾은 경험이 있나 보다. 시에서 아내는 내 속이다. 임신林新은 수풀 같은 숲이자 새로움을 상징한다. 냉면은 얼음장 같은 면짝으로 시의 고체성을 대변한다. 뱃속의 아이는 실컷 놀았다. 제아무리 더하고 빼도 세상의 무게는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시는 나왔다 하면 어둠이다. 그러므로 세상의 무게는 늘지도 줄지도 않는 것, 깜깜한 길을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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