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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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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어쩌죠 =장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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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0회 작성일 24-10-24 21:42

본문

당신을 어쩌죠

=장수진

 

 

    이제 당신 얘길 좀 해봐요.

 

    난 서커스를 하지 않아. 중고차를 판매하지. 말했던가? 사랑해. 금요일부터. 모퉁이에서 큰 가방을 메고 나타나 화염병을 여섯 개? 그래, 네 개. 창이 박살나며 불길이 치솟았지. , , , , , 여섯 개가 아니라고? 정말? 그래, 네 개. 난 서커스를 하지 않지. 모두가 내가 서커스를 하길 기대하는 것 같아. 스페인의 한 거인이 서커스로 떼돈을 벌어 당근밭을 샀다지. 난 당근이 싫어. 유명해지는 것도. 소문 속에서 그 거인은 점점 더 키가 커졌으니, 난 점점 더 키가 작아지겠지. 이해하겠어, 내 말뜻? 대신 난 네가 페인트 붓을 들고 사다리를 오를 때 사다리 두 번째 칸을 잡아줄 수 있어. 난 손힘이 세거든. 혹시 당근을 좋아해? 난 당신을 좋아해. 지난주, 지난주부터야. 당근이 아닌 당신을 좋아하게 된 건. 당신이 차분하게 화염병을 던질 때. 당근은 화염병을 던지지 못하지. 그건 당신만.

 

    누가 아코디언을 연주하죠?

    아무나, 아무나 다.

 

    아니, 지금.

 

    분명한 건 내가 아니라는 거지. 이토록 분명한 것이 또 있을까?

 

    밀과 우커는 마주 보고 웃는다. 기분이 좋아진 우커는 텀블링을 하며 레스토랑을 휘젓는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98 장수진 시집 순진한 삶’ 65-66p



   얼띤 드립 한 잔

    시는 시 객체에 대한 느낌을 묘사한다. 나는 다만 서커스 같은 건 좋아하지 않는다. 서커스는 마술이나 여러 가지 곡예 혹은 동물의 묘기로 저 움직이는 사바세계에 대한 은유다. 시적 주체는 이미 죽음을 맛본 상황이므로 사실 아무런 느낌도 없다. 중고차만 판매한다. 중고차는 무겁고 굳은 구체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 집을 방문한 사람만은 사랑한다. 금요일부터 실지 영업도 금요일부터 잘 되는 것도 사실이고 시로 본다면 이제 막 시작한 --이기에 사랑은 싹 터는 중이다. 모퉁이에서 큰 가방을 메고 나타나 화염병을 여섯 개? 모퉁이는 사각을 상징하며 시적 객체다. 그러니까 원만하지가 않다. 큰 가방은 마음을 상징한다. 화염병火染丙은 시에 대한 열정을 은유한 말이다. 여섯 개는 육 개다. 몸만 단 개다. 그래 여기는 네 개다. 죽은 개다. 그 순간 창이 박살이 나며 불길이 치솟는다. 교감이다. , , , , , 모두 다섯 개 나열한 것은 오 개가 터진 일. 속 오에서 나 오로 검정을 상징한 까마귀 오까지 거리다. 여섯 개가 아니라고? 묻는다. 그래 네 개. 그러나 시는 서커스를 하지 않는다. 모두가 서커스를 기대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보이는 것뿐 시를 모른다는 방증이겠다. 스페인의 한 거인이 서커스로 떼돈을 벌어 당근밭을 샀다지. 시측 객체를 묘사한 말로 스페인은 한자로 변용하면 서반아西班牙 죽음의 밭인 서쪽과 나눌 반에 어금니 아. 거인은 조금도 줄이지 못한 부푼 마음을 은유하며 떼돈은 무거운 마음을 상징한다. 떼는 무리로 혹은 떼어낸 어떤 싹처럼 읽히며 돈은 톤수로 무게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근밭은 한자로 읽으면 홍나복으로 붉거나 벗은 무다. 물론 그렇게 보지 않아도 당에 대한 의미와 근에 대한 의미는 충분히 시 객체를 묘사하고도 남는다. 난 당근이 싫다. 유명해지는 것도 싫다. 소문 작은 문이다. 작은 틈새다. 그 속에서 거인은 자라고 나는 더 작아진다. 이해했니? 내 말뜻? 그래 난 이해했어. 대신 난 네가 페인트 붓을 들고 사다리를 오를 때 사다리 두 번째 칸을 잡아줄 수 있어. 사다리는 죽은 이치로 모래밭이라 하면 너무 과장한 걸까! 두 번째 칸은 시측 객체 쪽을 대변한다. 두 번째 칸은 객실이니까! 그러면 첫 번째 칸은 바닥이다. 난 손힘이 세다. 장력을 표현한 말로 손바닥 장에서 글 장으로 확대한다. 혹시 당근을 좋아해? 난 당신을 좋아해. 날 찾아왔으니까, 지난주, 지난주부터야. 과거 죽음이 있는 곳에서 난 산 맛을 느끼고 있으니까! 아코디언은 손풍금이다. 손에 대한 의미에서 마당과 글까지 확대할 수 있는 의미 그리고 풍금은 역시 소리다. 밀과 우커에서 밀은 꿀 밀빽빽한 밀고요할 밀로 시측 주체를 상징했다면 우커는 무도장의 고객 무객舞客이다. 무객의 중국 말로 우커라 한다. 시측 객체다. 레스토랑은 시측 객체를 만난 장소로 시가 태동한 무대임과 동시에 장력으로 요리조리 쓸고 뜯고 물고 한 마당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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