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악기 =송재학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비의 악기 =송재학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회 작성일 24-11-02 16:42

본문

비의 악기

=송재학

 

 

    레인스틱* 속의 비는 왜 고요하지? 비의 중력장에선 물질은 모두 형광이다 비는 익숙하고 놀라운 감정이다 천천히 레인스틱을 기울이면 맨발의 우각(雨脚)이 걸어간다 젖은 풀의 정강이가 빗줄기 닮은 것도 보인다 레인스틱으로 스콜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고 하지만 손바닥만큼 고이는 비의 고요가 좋다 모래와 자갈, 자갈과 조개껍질 부딪치는 소리이면서도 까칠까칠하면서 젖어가는 느린 파문이 좋다 느린 빗발은 그림자까지 소소하다 타닥타닥 불타는 소리와 토닥토닥 비는 서로 극미립자의 혀를 건네고 있다 레인스틱은 물의 트럼펫이면서 물의 약음기이다 비와 레인스틱은 내 몸속 98%퍼센트 수분을 재빨리 눈치챈다 우기의 레인스틱은 구름이 숨겨논 먹구름과 천둥의 순서도 잊지 않는다 한 번 젖어버린 레인스틱처럼 나도 젖어버린 기억을 흉곽에 채우는 중이다 내가 빗방울로 생각될 때까지

 

   주)*비를 가장 그리워했던 선인장 가지 속을 파내어 모래나 자갈 등을 넣어 뒤집어 세우거나 흔들면서 소리를 내는 악기로 칠레 등지에서 기우제에 사용된다.

 

 

   문학동네시인선 003 송재학 시집 내간체內簡體를 얻다 026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로 사용한 비의 악기는 시 객체를 상징한다. 레인스틱은 주에서 풀이했듯이 악기의 한 종류지만, 비의 장대 일종의 나뭇가지 혹은 막대기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그것처럼 아무 생각이 없거나 죽은 물체로 꼿꼿하게 선 어떤 존재를 예감한다. 그러니까 레인스틱 속의 비는 왜 고요하지? 하며 되묻는다. 고요할 수밖에 없다. 모르니까. 비의 중력장에선 물질은 모두 형광이다. 중력장은 지구의 힘의 작용이다. 마당에 떨어지는 힘 안착이다. 무언가 생각이 있으니까 떨어지겠지. 그것들은 모두 색깔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그것을 형광이라고 한다. 비는 익숙하고 놀라운 감정이다. 천천히 레인스틱을 기울이면 우각(雨脚)이 걸어간다. 우각(雨脚)은 세차게 모는 빗줄기다. 바닥과 거리감이 생기는 강한 표현이다. 젖은 풀의 정강이가 빗줄기 닮은 것도 보인다. 풀은 마음을 상징한 것으로 초pool로 보아도 괜찮겠다. 정강이는 희고 굵은 하나의 대를 지칭한 것으로 빗줄기와는 대조를 이룬다. 레인스틱으로 스콜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스콜은 열대지방에서 일어나는 강한 소나기를 말한다. 소나기 소나기처럼 즐기는 일은 시인의 일이다. 하지만 손바닥만큼 고이는 비의 고요가 좋다. 손바닥은 하나의 장을 은유한다. 장맛을 우려내는 일은 한마디로 고요다. 모래와 자갈, 자갈과 조개껍질 부딪는 소리이면서도 까칠까칠하면서 젖어가는 느린 파문이 좋다. 모래는 사..,를 은유한 것이라면 자갈字渴은 자에 대한 목마름이다. 조개껍질 고를 조調 고칠 그 껍질과 부딪는 일은 역시 까칠까칠한 눈매가 있어야겠다. 그러므로 느린 빗발은 그림자까지 소소하다. 타닥타닥 불타는 소리와 토닥토닥 비는 서로 극미립자의 혀를 건네고 있다. 타닥타닥 토닥토닥 의성어로 때리고 치고 더러 빼다가 칠하는 소, 극미립자極微粒子 기체 안의 아주 작은 입자를 형성한다. 은 쌀의 낟알이다. 구체다. 레인스틱은 물의 트럼펫이면서도 물의 약음기가 된다. 한마디로 악기로 작용한다. 레인스틱은 내 몸속 98% 퍼센트 수분을 재빨리 눈치챈다. 뭔지는 잘 모르지만, 내가 의도한 바를 잘 들추어낸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2% 퍼센트는 오리무중五里霧中임을 알 수 있다. 우기의 레인스틱은 구름이 숨겨 논 먹구름과 천둥의 순서도 잊지 않는다. 뭐가 어떻게 이루고 있는지 그 내막을 소상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한 번 젖어버린 레인스틱처럼 나도 젖어버린 기억을 흉곽에 채우는 중이다. 그러므로 시가 나왔고 내가 빗방울로 생각될 때까지 깎고 다듬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빗방울은 구체를 상징한 시어로 한자로 표현하면 적이다. 물의 최소 단위는 물방울 즉 적으로, 수적천석水滴穿石, 대해일적大海一滴과 같은 사자성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저 바닷속에 풀어 넣는 힘 레인스틱에 혼을 불어넣는 일로 잠잠한 고요를 쩍 가르는 일은 필수겠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743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56 1 07-07
47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 12-06
47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 0 12-06
474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 12-06
473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 12-04
473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 12-04
47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 12-03
47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 12-03
47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 12-02
47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 12-02
47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 12-01
47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 12-01
47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 12-01
47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 11-30
472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 11-30
47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11-29
47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11-29
47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 11-29
47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 11-28
47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 11-28
47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 11-27
47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11-27
47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11-26
47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 11-26
471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 11-25
471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 11-25
471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11-25
47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 11-24
47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 11-24
47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 11-23
47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11-23
47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11-23
471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11-22
471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 11-22
47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 11-22
470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11-21
47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 11-20
47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 11-20
47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 11-20
470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11-19
470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 11-19
47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 11-18
470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 11-18
47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 11-18
469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0 11-17
469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11-17
46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 11-16
469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11-16
46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11-15
46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 11-1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