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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사냥꾼 =나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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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회 작성일 24-11-04 21:03

본문

사냥꾼

=나금숙

 

 

11월에 보는 청명한 오리온자리 정남쪽 하늘의 싸늘한 푸르름에 절여진 내 활은 오늘 다시 강해졌다 캄캄한 숲으로 사냥을 떠나는 말발굽도 덩달아 강해졌다 철과 동이 열리는 울창한 교목 숲 나는 화살을 부러뜨리지 않고 노루를 잡아야 했다 관이 없는 노루는 발이 빨라서 무겁게 드리운 광물질의 나뭇가지 사이를 힘차게 달린다 버섯들의 포자가 차가운 공기 중에 숨어 몇 달 뒤의 발아를 기다릴 때, 저렇게 몸통이 다 드러나는 질주를, 도주를 나무들은 가려 줄 수가 없다 전생에 저도 사냥꾼이었을 노루를 내가 뒤쫓으며 실은 내가 그 노루였던 적이 있었음을 순간 기억해 낸다 큰 숲도 튼튼한 태처럼 우리들을 받는다 철렁! 하고 강철 햇빛을 투과하여 철이 된 과일 하나가 내 어깨 위로 떨어질 때, 이 광물질의 숲에서는 모두 다 무기이고 모두 다 먹이다 네가 내게 잡혀도 내가 네게 잡혀도 포획이 아니다 서로 안에 들어가는 정다운 절차, 지상의 모든 사냥은 거룩하고 유쾌해진다 먼 미래, 그러나 현존하는 왕국의 이야기이다

 

 

   시작시인선 0506 나금숙 시집 사과나무 아래서 그대는 나를 깨웠네 75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사냥꾼은 시를 상징한다. 11월은 일자로 쌍을 이루며 서로 마주 보고 있음을 은유한다. 오리온자리는 소리 은유로 여기 와서 자리를 꾀한 자다. 활은 활 궁이 아니라 살 활로 궁처럼 포물선을 그리는 시점을 논한다. 캄캄한 숲은 오리온자리와 역학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말발굽은 오리온자리의 역광이겠다. 철은 시의 고체성을 대변하며 동은 서와 반대로 빛이 떠오르는 곳 혁명의 중심지다. 노루는 동물적 심성을 그린 것으로 굳이 한자로 변용한다면 노루老累 늙을 노와 묶을 루로 죽음의 표상이겠다. 노루는 발이 빠르다. ‘발하다의 발로 골목 어딘가 구르는 냄새가 난다. 버섯들의 포자? 왜 버섯을 사용했을까? 버섯은 주로 그늘진 땅이나 썩은 나무에서 자라며, 홀씨로 번식한다. 포자胞子가 포자胞字로 역할 한 것을 본다. 몇 달 뒤 발아를 하고 몸통이 드러나는 질주와 도주를 하는 것은 시의 작용이다. 이것은 한때 너도 그랬고 나도 그렇다. 아니 나도 그렇게 갈 것이다. 그러므로 빛처럼 오리온자리를 보며 내 활은 비롯하는 것이며 매일 역사가 있으므로 노루를 잡는 일은 일종의 생식 작용과 같다. 수많은 세포로 구성한 일인자, 그 왕국을 보존하기 위한 절차며 실록을 써가는 나무만 있을 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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