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맥은 흐르고/강혜정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수맥은 흐르고/강혜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6회 작성일 24-11-08 10:28

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41108)

 

맥은 흐르고/강혜정

 

  그 골목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면 대문이 반쯤 열려 있다. 땡고추에 잔멸치나 볶을 거라는 여인은 밤이면 허리에 작살이 꽂힌다는 푸념을 햇살에 말린다 낮은 담을 넘은 하소연은 낡은 홀아비 등허리를 기어다니고 얼마 남지 않은 가을에 담쟁이 애간장이 붉게 타오른다

 

  언제부터 흐르고 있었을까, 방바닥에 귀를 대고 배꼽 속으로 몸을 말아본다. 봄이 꼿꼿하게 허리 세우며 꽃을 뿌리던 어느 날도 흐르고 아득한 바다에서 엄지를 빨고 있는 희미한 형상이 스쳐 간다 흰머리 나면서 배웅하는 일이 자주 돋고 오늘만 되풀이하는 달력은 말이 없다.

 

  나를 잊지 말라던 시인은 기어코 묻혀 숨은 물로 흐르다 헐렁한 이야기는 혼령으로 세상을 떠돌고 오늘 골목을 살다 간 줄거리는 땅 밑으로 스며들어 좁은 지층을 떠다니며 느린 봄을 잉태한다 아무도 불러 주지 않는 이름을 손톱으로 긁어 본다

 

  물 흐르는 곳에 이야기가 흐른다 모퉁이에는 물여울이 가끔 생기고

 

(시감상)

 

김경주 시인이 말했다. ‘지금 시를 쓰는 사람이 시인이다.’ 문득 패기와 열정과 시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아마추어의 작품이 기성 시인의 작품보다 더 많은 감동을 줄 때가 있다. 본문에 오늘을 되풀이하는 달력은 말이 없다.’라는 행간이 지금의 나와 비슷하기에 울림이 크다. 풋풋한 문장과 문장 속 시인의 결은 그리움의 큰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자신을 묘사하는 시인의 감수성이 예민하고 예리하다. 시는 프로필이나 문학상을 읽는 것이 아니다. 시는 시를 읽는 것이며 시인을 읽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배웅하는 일이 자주 돋는다. 늘 배웅하는 위치에 있으면 좋을 텐데, 삿된 푸념을 해보는 늦가을. 이 가을을 배웅하는 일이란 성숙해지는 나를 숙성하는 시간이다. (/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강혜정 프로필)

경남 진주, 시그널 동인, 시나무 동인, 시에 대한 열정과 혜안이 돋보이는 푸릇한 신인

91deee3734bc7d20cb75ce9032e6fdf9_1731029282_69.jpg
 강혜정 시인

추천0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형님 별고 없으시지요....오늘 너무 멋진 시 주셔 저도 감상해 봅니다.
좋으네요..예의에 어긋나지는 않을까 싶어도 그냥 보내는 시간, 이참에
저도 퇴근해서 보다가 써보았네요...감사합니다. 형님

가을도 다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요....

Total 4,743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56 1 07-07
47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 12-06
47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 0 12-06
474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 12-06
473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 12-04
473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 12-04
47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 12-03
47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 12-03
47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 12-02
47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 12-02
47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 12-01
47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 12-01
47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 12-01
47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 11-30
472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 11-30
47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11-29
47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11-29
47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 11-29
47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 11-28
47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 11-28
47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 11-27
47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11-27
47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11-26
47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 11-26
471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 11-25
471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 11-25
471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11-25
47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 11-24
47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 11-24
47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 11-23
47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11-23
47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11-23
471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11-22
471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 11-22
47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 11-22
470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11-21
47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 11-20
47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 11-20
47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 11-20
470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11-19
470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 11-19
47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 11-18
470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 11-18
47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 11-18
469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0 11-17
469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11-17
46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 11-16
469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11-16
46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11-15
46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 11-1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