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늑대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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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회 작성일 24-11-08 22:41본문
최후의 늑대
=최금진
그의 목에는 톱날 같은 소름, 바람이 불 때마다 아흐! 살고 싶어 갈기가 돋는다
사타구니 사이로 달랑거리는 홀쭉한 불알 두 쪽 꺼내놓고 앉아
그는 허기진 입을 쩝쩝 다신다 어쩌다 따뜻한 가죽 코트의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곡소리 같은 노래를 공중에 띄운다
그러나 짖어대는 건 울음이 아니다
그는 젖은 혓바닥을 내밀어 눈알을 씻는다 얼굴 속에 박힌 두개골이 훤하게 얼비치는 달밤
개 같은 비루함의 날들은 물어뜯지 못하고 뭉턱뭉턱 털갈이하듯 달빛이 쏟아진다
제 꼬리를 물고 춤추는 달무리 그 둥근 울타리들이 만드는 경계의 바깥에서 그는 떠돌아다닌다
허옇게 털가죽을 뒤집어쓰고 자작나무 잎사귀들은 푸른 발톱을 반짝거린다
아흐! 살고 싶어 살기가 돋는다
굶주린 뱃속에 허기가 바닷물처럼 들끓어오르고 그의 눈알은 자꾸 붉어진다
아무데도 정착하지 못한다
아흐! 그런데도 짖어대는 건 울음이 아니다
창비시선 336 최금진 시집 황금을 찾아서 34-35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최후의 늑대’에서 맨 마지막에 이르는 것도 동물적 심성에 그치지 못한 어떤 글귀에 대한 표현이다. 굳이 한자로 변용한다면 늑대勒大로 늑은 재갈을 뜻한다. 원래 늑대라는 한자어는 없다. 매천의 일기 매천야록에 늑대라는 말이 나온다. 京城外(경성외), 有猛獸(유맹수), 噉小兒(담소아), 名呼勒大(명호늑대), 或曰狼也(혹왈랑야).(梅泉野錄 3, 光武6年壬寅) 경성 바깥에 맹수가 있으니 소아 즉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이름하여 늑대라 불리는데 혹자는 이리라 일컫기도 한다. 장면이 나온다. 늑대 하여튼 여기서는 그냥 시에 범접하지 못한 동물적 심성을 표현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그의 목에는 톱날 같은 소름, 바람이 불 때마다 아흐! 살고 싶어 갈기가 돋는다. 시 객체에 대한 묘사다. 톱날에서 뭔가 날카로움이 없고 껄끄러움이 배였다. 죽어도 날 번듯하게 슨 칼로 단박에 가는 것이 좋고 껄끄러운 톱날에 억지로 배인 것은 참 고통스럽기 짝이 없겠다. 갈기는 목덜미에 난 긴 털이기도 하고 큰소리로 호통을 치는 것도 갈기喝起다. 사타구니 사이로 달랑거리는 홀쭉한 불알 두 쪽 꺼내놓고 앉았다. 사타구니는 시 주체와 객체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불알 두 쪽은 이쪽과 저쪽으로 역시 깨어나지 못한 시 감각이다. 그는 허기진 입을 쩝쩝 다신다. 어쩌다 따뜻한 가죽 코트의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곡소리 같은 노래를 공중에 띄운다. 입맛만 다시는 한탄과 필사에 가까운 노력이 보이고 이에 범접하지는 않으나 뭔가 쓰기는 쓴다. 공중, 허공에 맴도는 혼자 뿔의 각이다. 그러나 짖어대는 건 울음이 아니다. 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젖은 혓바닥을 내밀어 눈알을 씻는다. 눈알은 불알과 대치하며 진정한 시를 상징한다. 얼굴 속에 박힌 두개골이 훤하게 얼비치는 달밤이다. 얼굴과 두개골에서 시의 순수성과 혼연함을 복잡과 미묘한 거리를 빗대어 보는 밤이겠다. 개 같은 비루함의 날들은 물어뜯지 못하고 뭉턱뭉턱 털갈이하듯 달빛이 쏟아진다. 비루鄙陋는 행동이나 성질이 너절하고 더럽다는 말이다. 역시 날카롭지 못한 술로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러므로 제 꼬리를 물고 춤추는 달무리 그 둥근 울타리 만드는 경계의 바깥에서 그는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선도미후지미先掉尾後知味라는 말이 있다. 먼저 꼬리를 흔든 후에야 맛을 본다는 말이다. 물론 개가 그렇다는 것이다. 반드시 무엇을 계획한 다음에 일을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덤비다가 몽땅 잃고 난 후에야 비로소 후회하면 뭐할까! 오늘은 이만치, 가고자 하는 목표는 그 전에 설계가 먼저 따라야겠다. 허옇게 털가죽을 뒤집어쓰고 자작나무 잎사귀들은 푸른 발톱을 반짝거린다. 털가죽은 뭔가 어수선한 겉 피皮며 발톱은 손톱과 마찬가지로 갑甲으로 역시 겉 피皮다. 허공과 지면을 오가는 장면이다. 바닷물은 구체로 시의 표상이며 붉어진다는 말은 열정을 묘사한다. 울음은 심장을 도려내는 결단과 한쪽 세계에 대한 진정한 포기가 있을 때 천상에 닿을 것이다.
아흐! 아 아 아 아⎯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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