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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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1회 작성일 24-11-09 22:08본문
달밤
=장석남
내가 아는 한 곳은 거, 달 떠올라오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아 보름이면 수만 아이들이 깔깔대며 매달려 못 뜨게 하는 것 같고 그래도 빙긋이 웃으며 뜨는 것 같고 내가 사랑한, 아마도 저승까지 갈, 바지와 홑조끼와 스웨터를 골라 사듯 사랑한 그네는 조바심으로 또 서편에서 잡아 끌어당기는 것 같고 근데도 빙긋이 그저 그만그만히 바로 가진 못하여 하늘 정수리를 향하여 떠올라 가는 것 같고……. 내가 아는 한 곳의 밤은 그러나 오늘은 흐려 달 없겠고 이미 보름도 다 지나 이지러진 채 그네처럼 먼 데서나 지나가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혼자가 다시 혼자가 되고 흐린 하늘도 또 흐려서 출가자의 버릇처럼 향(向)도 없이 절이나 해보다가 파(罷)하고는 무릎이나 가슴 쪽에 오그려 붙인다
창비시선 317 장석남 시집 뺨에 서쪽을 빛내다 34p
얼띤 드립 한 잔
내가 아직도 여기에 머무르고 있는 거, 흐리멍덩한 안개에 휩싸인 골목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면서 노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 같고 그래도 웃지 못할 비극에다가 참극을 당하고도 내가 마지못해 설거지하고 그릇을 딸각이며 깨뜨리고 싶었지만 쳐다보는 이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적임자가 아닌 것 같은데 눈썰미 보아하니 행색은 초라하고 얼굴 바탕은 촌티가 자르르 흘러 고만고만한 실력으로 어디 밑씻개나 할는지는 몰라……. 내가 아직도 여기에 머무르고 있는 방은 오늘도 여지없이 환상의 과녁이었다가 출렁이는 파도에 뱃멀미였다가 멸시와 모욕을 당한 것처럼 혼쭐이 나기도 했는데 아무리 생각을 가져도 저돌적인 육박에 마냥 깨어지는 단지를 보는 것은 싸늘한 표정을 보는 일이니 네가 떠날 때 했던 그 한 마디, 네게 좀 더 잘했어야 했어, 번개탄을 피웠다가 실패하고 며칠 뒤 손목을 끊고
하얗게 빛난 얼굴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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