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보라 =박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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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회 작성일 24-11-23 20:56본문
물보라
=박지일
물보라는 스스로와 집단 성교한다. 궁동근린공원에 연인은 하나고, 연인은 둘이고, 연인은 열넷이다. 세어질 수 없는 연인들. 물보라, 물보라. 그를 그는 쓴다; 보름이니 부럼을 하고, 달 아래 늙어 가는 딸과 늙어 가는 아비를 동시에 보고 있다고. 둘은 입을 맞추고, 혀를 섞고, 서로의 침을 서로의 전신에 묻힌다. 물보라; 딸은 그의 뺨을 치고, 그는 뺨을 감싸 쥔 아비를 본다. 물보라, 물보라.
민음의 시 326 박지일 시집 물보라 157
얼띤 드립 한 잔
시인의 시집에서 ‘물보라’ 시제만 단 것이 여러 수십 편이다. 그중 한 편이다. 물은 구체다. 물보라를 굳이 한자로 쓴다면 수화水花나 낭화浪花겠지만 시는 견물見物로 물보라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도 있다. 뭘 봐야 서니까! 그러므로 시인은 물보라는 스스로와 집단 성교한다고 묘사한다. 다시 말하면 이곳에 들어앉기도 하고 저곳에 밀어 넣기도 하면서 혹은 저곳에 들어앉기도 하면서 이곳에 밀어 넣어보기도 하는 사고의 교잡이다. 궁동근린공원은 지리적으로 어떤 특별한 공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집 궁宮이자 동녘東이나 움직임動이 이는 곳 도끼가 바래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 근近 그곳은 이웃처럼 닿기도 해서 린隣 휴양이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원을 상징한다. 사실 물은 가만히 있다. 그 물을 바라보는 연인은 하나가 될 수도 있고 둘이 될 수도 있다. 더 나가 여럿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는 문제다. 인쇄는 여러 수십 권 나가 있을 테니까 보름은 한 달의 반을 부럼은 딱딱한 열매를 깨물어 먹듯이 시를 나누는 곳, 달 아래 늙어 가는 딸과 늙어 가는 아비는 자를 상징하며 둘은 입을 맞추는 일은 이구동성異口同聲을 입아아입入我我入으로 시와 일체를 이룰 때까지다. 그 과정은 혀를 섞고 서로의 침을 서로의 전신에 묻히기도 해서 물보라며 그의 뺨을 후려치고 그는 뺨을 감싸 쥐면서 나와 다르다는 그 아비를 즉 자를 보는 것으로 물보라, 물 좀 봐라! 물보라 물은 마 이렇다 좀 봐라.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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