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들 =송재학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벌레들 =송재학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회 작성일 24-11-27 21:28

본문

자벌레들

=송재학

 

 

    아스팔트로 포장된 방죽길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기어가는 자벌레, 한 뼘 두 뼘 자신이 가야 할 땅의 길이를 몸으로 재면서 꼬리가 가슴에 붙자마자 떨어지며 꼼지락 이동한다 초록색 몸이 햇볕에 그을리면서 고동색으로 바뀌는 자벌레들, 웬걸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자벌레도 있다 한쪽은 강과 연결된 풀숲이고 다른 쪽은 전답과 연결된 풀숲이다 풀숲은 서로 노려보는 중이다 사람에게 밟혀 몸이 터진 자벌레의 피는 푸른색, 풀숲의 풀잎 하나가 삐져나온 듯 눈을 찌른다 왼쪽으로 이동하는 자벌레들은 언젠가 왼쪽에서 오른쪽 풀숲에 도착한 무리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25 송재학 시집 슬프다 풀 끗혜 이슬 19p

 

 

   얼띤 드립 한 잔

    자벌레는 살아 있는 생물을 대변한다. 아스팔트는 검정을 상징하며 포장된 방죽길은 검정에 이르는 지침서다. 모 방대 죽혹은 죽 죽으로 자벌레에게는 필수 영양소다. 그 죽을 먹으며 한 뼘 두 뼘 자신이 걸었던 땅을 가름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을 갖는다. 그 성찰의 시간을 형광 아래 빛나는 초록색이라면 고동색은 검정에 가까운 것으로 또 다른 하나의 방죽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웬걸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자벌레도 있다. ‘웬걸은 뜻밖이라는 뜻의 감탄사, 그러니까 원래 자벌레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만 가야 하는 데 이건 반대라는 뜻이다. 왼쪽은 늘 죽음이 머무는 곳을 상징하며 오른쪽은 삶을 대변한다. 자벌레는 어떤 한 경계에서 이쪽저쪽 다 오가는 사고의 통칭이다. 한쪽은 강과 연결된 풀숲이라 하고 다른 쪽은 전답과 연결된 풀숲이라 한다. 강은 대체로 시간을 상징하지만 여기서는 바다와 연결된 영원한 생명을 싣는다. 전답은 물론 논과 밭으로 아직도 경작의 미련을 담는다. 풀숲은 시체 구덩이다. 사람에게 밟혀 몸이 터진 자벌레의 피는 푸른색, 푸른색이라는 말은 아직도 수정할 곳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풀숲의 풀잎 하나가 삐져나온 듯 눈을 찌른다. 눈 찌를 곳 없는 방죽에 이른다면 비로소 자벌레는 왼쪽의 세계 즉 강물 따라 흐를 것이다. 언젠가 왼쪽에서 오른쪽 풀숲에 도착한 무리로 설 것이다. ‘언젠가라는 말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시간으로 예견하는 장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3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61 1 07-07
49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 06-22
491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 06-18
49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 06-15
490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6-12
49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6-08
49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6-08
49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6-05
490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 06-05
49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6-05
490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6-01
49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6-01
490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5-31
490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5-30
48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5-29
48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5-25
48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5-24
489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5-22
48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5-21
489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05-20
489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5-19
489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5-18
48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 05-18
48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 05-18
488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5-16
488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15
48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5-13
48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1 05-10
488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5-09
48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09
48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5-06
48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5-05
488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3
488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1 05-02
487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2
487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4-30
487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4-30
48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 04-30
487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29
487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4-27
48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4-27
487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4-24
48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24
48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0 04-20
486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4-18
486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4-18
48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 0 04-18
48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4-15
48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4-13
48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4-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