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 =김다연
페이지 정보
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회 작성일 24-11-30 21:08본문
닥
=김다연
원하기만 하고
있는 대로 보지 못하는
온통 자기 자신뿐인 마음을 더는 견딜 수 없어
나의 반을 무너뜨리고 남은 반으로 살아가는 일
나는 어제 용서한 것을 오늘은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뼈에 새겨 두어 시린 왼쪽으로 기운다
TV를 켜면 물결은 서해 먼바다에서 일고
오후 한때 눈이나 비가 내렸지
찌개를 끓였다면 눈이 쌓이던
우리의 식탁이 따뜻해졌을까?
술에 취히도 비틀거리지 않았을까?
수박을 굴리고 수박을 깨트리던 것은
나무의 기억은 아니지만
어제 잊을 것을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나무를 향해 수박씨를 뱉네
사랑을 ‘닭’이라 쓰고 ‘닥’이라고 읽는다면
구름의 깃털은 가려워지겠지
타이피시트 시인선 004 김다연 시집 나의 숲은 계속된다 44-45P
얼띤 드립 한 잔
말하는 것보다는 잘 들어야겠다. 들을 청聽자, 임금(王)처럼 듣는다(耳) 그것은 열 개(十)의 눈(目)을 가지듯 보고 하나(一)의 마음(心)으로 듣는다. 상대방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하나의 마음은 건성으로 듣지 말고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듣는 것을 말한다. 잘 듣기만 해도 원하는 것을 가질 수도 있다. 무작정 원하는 일 시킨다고 되는 것도 아니듯이 온통 나만 생각하는 마음은 이기적인 것을 떠나 오히려 절망으로 치닫는다. 그러니까 시적 주체는 늘 시린 왼쪽으로 기우는 마음을 갖게 한다. 왼쪽은 시의 고체성이다. 점점 굳어 돌처럼 된다면 이석격석以石擊石이 되고 나중은 파경破鏡에 이를 것이다. TV를 켜면 물결은 서해 먼바다에서 일고 오후 한때 눈이나 비가 내렸지. TV는 골목에 어린 한 단면을 상징한다. 유치원도 아는 어느 정치인이 유치원을 방문했더니 유치원 아이들이 손뼉 치며 환호했다. 정치인도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얘들아 내 이름이 뭔지 알지? 했더니 아이들이 ‘네’ 했다. 그러니까 정치인이 물었다. 이름이 뭐니? 유치원 애들은 한결같이 ‘저 자식’요. TV만 켜면 아버지 어머니는 저 자식 또 나왔네 또 나왔어. 그렇다. TV만 켜면 나오는 인물, 아침 일어나기만 하면 복권 생각, 하나의 수박囚縛을 이룬다. 사실 복권 같은 행운은 없다. 그러니 나무가 취할 덕망은 오로지 닭가슴살뿐이다. 비대해진 입을 깎고 이제는 좀 들어야겠다. 세이공청洗耳恭聽하고 언청계종言聽計從하면 내일은 상한가 칠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