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거실의 것 =장수진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사랑은 거실의 것 =장수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6회 작성일 24-12-04 21:08

본문

사랑은 거실의 것

=장수진

 

 

그대는 좋은 땅에서 난 올리브유를

거실에 남겨두었네

신선하고 푸릇한 빛과 건강을

당신은 그 사실을 모르고

거실엔 볕이 잔뜩 쏟아지고

단순하고 복잡한 사실들

 

늘 커다란 해가 뜨죠

아침마다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는 대신

해를 한 스푼씩 떠먹을 수 있다면

건강이나 좋은 죽음을 기약하지 않는

먹음

그런 끝은 예술영화에나 나오는 것이라면

 

물건으로 둘러싸인 거실을 운운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저 언덕이 흘러내려도

 

더 무서워도 나는 좋습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98 장수진 시집 순진한 삶 32-33p

 

   얼띤 드립 한 잔

    사랑은 거실의 것, 그러니까 사랑은 사실에 근거한 것에 둔 것이며 거기를 바탕으로 한다. 거실은 거처하는 방(居室)이라는 뜻과 큰 방(巨室)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거실(據實)은 사실에 근거한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대는 좋은 땅에서 난 올리브유를 거실에 남겨두었네. 여기서 좋은 땅과 구별되는 단어를 떠올리자면 척박瘠薄이거나 각박刻薄이겠다. 하나가 시적 객체를 상징한다면 다른 쪽은 암묵적으로 시적 주체를 의미한다. 땅이 파리하고 야박하거나 그것도 모자라 깎아내리는 현장 결국, 어둠으로 자처하겠지만 말이다. 올리브유는 +리브+라는 뜻으로 합성어다. 모두 버리고 떠난 당신쯤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물론 콩글리시 영어지만 말이다. 시에서는 뭐든지 암호처럼 암호화에 범접하며 읽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니까 거실에 남겨둔 것은 신선하고 푸릇한 빛과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알게 모르게 보고 있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는 양에 차지 않는다. 당신은 그 사실을 모르고 거실엔 볕이 잔뜩 쏟아지고 있다는 단순하고도 복잡한 마음을 모르고 있다. 그러니까 내 가슴을 함 열어둬 이 말이다. 하지만, 열어젖히지 못한 이 애탄 마음엔 늘 커다란 해만 뜬다. 아침마다 하품하고 기지개를 켜는 대신 해를 한 스푼씩 떠먹을 수 있다면 건강이나 좋은 죽음을 기약하지 않는 그런 먹음그야말로 사랑의 끝장 클라이맥스일 텐데. 아침은 아침我浸으로 나를 푹 적시는 일, 그러니까 시가 열리는 그 시각을 은유한 것이며 하품은 일품과 달리 시적 겸손에 해당한다. 기지개는 기지개起紙開로 종이나 지혜가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대신한다. ‘먹음은 무위도식無爲徒食보다는 호의호식好衣好食을 지양한다. 예술영화藝術映畫는 흥행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물건으로 둘러싸인 거실을 운운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물건은 굵고 실한 지적 지혜에 지각을 은유한 것으로 하늘의 계시와도 같다. 저 언덕이 흘러내려도 더 무서워도 나는 좋습니다. 여기서 언덕은 고개가 아니라 말씀 언에 행위나 어진 것을 뜻하는 덕이다. 더 무서워도 나는 좋습니다. 고독을 자처하는 시인이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에 대한 열정을 우리는 보고 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3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61 1 07-07
49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 06-22
491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 06-18
49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 06-15
490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6-12
49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6-08
49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6-08
49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6-05
490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 06-05
49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06-05
490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6-01
49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6-01
490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5-31
490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5-30
48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5-29
48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5-25
48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5-24
489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5-22
48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5-21
489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05-20
489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5-19
489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5-18
48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 05-18
48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 05-18
488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5-16
488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15
48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5-13
48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1 05-10
488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5-09
48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09
48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5-06
48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5-05
488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3
488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1 05-02
487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2
487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4-30
487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4-30
48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 04-30
487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29
487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04-27
48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4-27
487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4-24
48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24
48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04-20
486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4-18
486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4-18
48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 0 04-18
48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4-15
48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4-13
48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4-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