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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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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여름방학 =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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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회 작성일 24-12-19 22:31

본문

여름방학

=배수연

 

 

    우리는 냄새 때문에 조용해지기도 한다 가령 거위가 도시락 가방을 열었을 때(딱히 불길한 것은 없어 보였지만

    거위는 언제 어른이 될까 가족이 더 이상 원망스럽지 않던 날 거위는 자기가 노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저 부리를 벌려보세요 입에서 항문까지는 우리 몸의 긴 외부입니다 도넛 구멍이 도넛의 내부가 아닌 것처럼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나 서로의 구멍으로 드나들며 서로의 냄새로 밥을 짓고 나물을 삶고 영원히 내부에 갇혀 있다 믿으면서

    이번 방학엔 큰 개와 손전등이 중요해 거위는 부리를 벌려 구멍 안으로 사라진 적이 있다

    거위와 놀고 싶었다 방학 내내 거위가 궁금했다

    내가 보고 싶었어?

    우리는 지평선을 보며 언덕 위에 누웠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길게 내쉬면 구멍이 퍼졌다가 접혔다 어딘가에서 아코디언 소리가 났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609 배수연 시집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 16-17p

 

   얼띤 드립 한 잔

    어떤 한 사건의 발생 시점은 여름방학이다. 시가 태동한 것은 단지 냄새 때문이었다. 어떤 냄새를 맡았는지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 냄새가 잊히지 않을 만큼 강한 이미지를 심었다는 건 분명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냄새 때문에 조용해지기도 하고 냄새 때문에 시끄럽다. 이러한 냄새를 자아내게 한 객체는 거위다. 물론 새의 일종을 비롯한 글쓰기지만, 자아를 제유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여 미지의 상대를 지목할 수도 있다. 그런 거위는 일단 거대하다. 자리를 뜻하는 위와 베풀고 간주하는 위맡겨 본 처사 위에서 거짓 같고 위지키며 방비하는 위까지 위엄과 두렵기까지 하고 위무엇보다 밥통이나 다름없는 위를 수식한다. 이러한 거위가 존재로 인식할 때는 도시락 가방을 열었을 때다. 물론 마음을 상징했겠지만, 도시락에서 도++락으로 어떤 한 길을 묻는 외부인에게 시청에서 골목으로 이동케 한다. 거위는 언제 어른이 될까, 자문자답을 이끌게 하는 구절이다. 아직은 바닥에 대해 깨치지 못했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니까 노인처럼 굴어서는 안 되겠다. 저 부리를 벌려보세요, 여기서 부리는 살갗의 결로 부리膚理로 딱딱한 새의 주둥이를 빌려 쓴다. 들어가는 입에서 나오는 항문까지 죄다 시의 외부다. 재밌는 건 도넛 구멍이 도넛의 내부가 아닌 것처럼, 직유를 든다. 도넛은 형태는 둥글고 딱딱하지만 먹을 수 있다는 것 굴리면 구르고 돌리면 돌릴 수 있는 운전대와 같은 동그란 것은 죄다 끌어다 쓸 수 있는 멋진 시어다. 그러나 속이 빈 구멍을 갖는다. 도넛이 도넛으로 씹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부리가 부리로 닿을 때 밥은 지을 수 있겠다. 벌거벗을 나에 한 물건 다지는 물에서 이 나물 저 나물 다 삶고 영원한 내부에 기거할 수도 있겠다. 이때 큰 개와 손전등이 밤을 밝히고 구멍은 좁아 더는 들어갈 수 없는 상태에 이를 때 우리는 진정 지평선에 안착할 수 있겠다. 하얗고 검은 검고 하얀 이도 단도의 아름다운 선율을 내보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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