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김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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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김 근
붉은, 뱀새끼들의 혓바닥, 이라고 썼다가 지운다 하늘엔 온통 붉은, 소리들, 젱그렁젱그렁, 이라고 쓰는 것도 이미 늦어, 캄캄해질밖에, 붉은, 하나만 남고 산도 물도 나무도 풀도 형체를 잃어, 하냥 캄캄해질밖에, 캄캄하게, 붉은, 은 어디서 풀려 나왔을까, 썼다가 지운 붉은, 의 남은 기억들 혹은 붉은, 에서 살았을지도 모르는 무섭고 차갑게 흘러 흘러만 가는 하늘, 이려나, 되뇌다 만다 그런 붉은, 쯤에서 노는 일이 마땅찮아, 붉은, 이제는 붉은, 만뿐인 그것을 어떻게 지울까, 궁리중이다, 만, 그것은 지워나 질까, 여자 혼자 걸어가는 어느 비탈길 어귀로나, 붉은, 지워나 질까, 지지나 않을까, 노닥노닥, 일없다, 일없이 아무리 불러도 붉은, 너머에는 가닿지 못하는 목소리, 불긋불긋, 이런 것도 아니고, 그저 붉은, 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나 퍼질러만 앉는가 목이 다 쉬어 붉은, 붉은, 으로만, 오직 붉은, 까지만, 퍼질러만, 캄캄하게, 뱀새끼처럼, 젱그렁젱그렁, 붉은,
문학동네시인선 225 김 근 시집 에게서 에게로 075p
얼띤 드립 한 잔
붉은 피다. 뱀 새끼들의 혓바닥은 뱀 사에 이야기가 아닌 혀 설이다. 낯을 뜨겁게 한 것은 무엇일까? 사설은 논평이자 만평이다. 탄핵정국과 경제의 폭망을 이끈 주범은 역내에 거주하는 자다. 굳이 한 사람을 지목할 수도 없다. 그 책임은 모두 국민에게 있다. 국민의 손가락에 놀아난 장단이었다. 결국, 그 대가를 치르고 궁리하며 국수를 먹는다. 붉은, 새로운 열정은 일고 캄캄한 세계에서 붉은 피로 일어난 산과 물과 풀의 형체는 잃어 다시 기억을 되짚는다. 나에게서 나에게로 나에게서 너에게로 비탈길 하나 없는 무섭고 차가웠던 순간을 지우며 뱀 새끼처럼 함께 굴러갈 수 있다면 붉은 광장의 역사를 복원할 수는 있을까! 아득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했지만, 붉은 얼굴은 그리워하며 나 예전으로 돌아갈래, 무슨 개똥 같은 소리를 지르고 피는 피를 부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어둠은 생각한다. 어둠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더는 선택되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한 주먹 오롯이 날려본다. 붉은 피가 아닌 아무것도 묻지 않은 가구에 빈집 같은 얼굴로 그냥 나 여기 있었다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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