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동행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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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동행 / 정호승
내 팔을 놓으세요
왜 나를 잡아끄는 거요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어디로 끌고 가는 거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는 그들에게 끌려가면서도
그동안 밥을 너무 많이 먹고
똥을 너무 많이 누고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소리친다
모깃소리처럼
끌려가지 않으려고
[출처] 정호승 <슬픔이 택배로 왔다>
밥 많이 먹고 똥 많이 누고 그러고도 너무 오래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죄의 항목에 있다는 것이 참 바람직한 현실인 것 같다. “늙으면 죽어야지”란 말에 거짓이란 걸 진작에 알면서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거란 그 오만함이 지금 내가 너무 쉽게 무너지고 있는 까닭 인 갑다. 시에서는 뭘 잘못했냐고 항변하고 있지만 늙음 그 자체가 유죄인 것은 다 아는 사실. 모깃소리조차 낼 방법이 없는 난 조용히 시간에 세월에 인간들 속에 묻혀 이미 정해진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 파닥파닥 뛰고 싶은 억욱함이 아직도 어느 구석에서 미쳐가고 있는 것을 보면 죽기는 싫은가 보다. 시..... 시...... 끌어안고 미쳐가는 듯 하다.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벌써 연말입니다. 살아 있음에 가끔 죄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시처럼, 오늘은 시원한 소맥 한 잔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드네요.
자주 오시길요......
김재숙님의 댓글

어느날 숨가쁘게 살기 싫은 날, 술이 주는 해방감을 알아버렸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참 오랜만이네요 그래도 가끔 들어오면 혼자 숨어서 보듯 읽고 나갔습니다.
새해 좋은 글 많이 쓰시고 건강하세요
저도 자주 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