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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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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불면증 =이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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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회 작성일 25-01-06 21:15

본문

불면증

=이린아

 

 

    동생과 나는 떨어지는 것들에 며칠 동안 이름을 붙이는 중이에요

 

    그곳에 가면 저녁이 될 거야, 하고 팔짱을 끼면

    우리는 이미 며칠이 되었지요

 

    보드라운 가슴 털을 가진 손바닥 인형과 염소의 눈을 단 종 목걸이,

    모서리마다 윤이 나는 트라이앵글, 작은 말만 할 줄 아는 캐스터네츠

 

    깨고 달아나는 토끼의 귀를 잡아 눈이 빨개질 때까지 눈으로만 말해요

    당근을 집어 들고 오래 걸리는 이야기를 우걱우걱 씹어요

 

    우리는 언제쯤 나를 말할 수 있나요?

 

    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가 다시 웃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요

 

    동생과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병에 걸려서

    하루가 더디게 흘러가는 통증은

 

    유치하거나 촌스러운 것이 없죠

    생각은 늘 깨지 않아 생생하고

 

    나는 언제나 침대 밖을 위해 기도해요

 

    우리는 다시 당신을 기다릴 필요가 없지요

 

    문학과 지성 시인선 590 이린아 시집 내 사랑을 시작한다 152-153p


    얼띤 드립 한 잔

    시에서 불면증이란 무엇일까? 우선 이것부터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깨어 있음과 증식에 무게를 싣는다. 불어나지 않는 현실과 이에 고통받는 환자는 늘 혼수상태다. 동생은 무엇일까? 복제인간은 아니지만, 복제품처럼 나를 대신한다. 떨어지는 것들에 대한 비애 속에서 한 달을 보내고 또 한 달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년이 흐르고 며칠이 되었는지 모르는 저녁은 다만 팔짱만 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꾸 찾아드는 죽음의 징표들, 그것은 보드라운 가슴 털을 가진 손바닥 인형이 하나고 염소의 눈을 단 종 목걸이가 둘 모서리마다 윤이 나는 트라이앵글 셋 작은 말만 할 줄 아는 캐스터네츠가 넷 이들 모두는 떨어지는 것들에 대한 비애다.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인형에 불과하고 인간의 눈을 가져야 하지만 여전히 동물적인 근성은 남아 모서리마다 찍히는 일은 다반사다. 이에 변명은 캐스터네츠처럼 줄곧 빠뜨리지 않는다. 일기를 적어나가니까! 한마디로 천치다. 지나고 나면 깨치고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롭다. 오로지 당근만 지면에 박아 둔 것처럼 다시 보아도 움직임이란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러니까 언제쯤 일어날 거냐? 동생은 묻는다. 송골송골 이마에 땀이 맺히고 거저 웃음 아닌 웃음이 일 뿐이다. 동생은 이맛살 잔뜩 찡그리며 올려다볼 뿐 속 타는 제 아내의 심정까지 살피지 못하고 다만 기도만 할 뿐이다. 비여! 무게에 더욱더 충만하게 하시옵고 면 치기에 부끄러움이 없게 하소서. 봄이 더 가까이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게 하시옵고 하루가 더딤의 세계가 아닌 모자람이 가득한 세계임을 드러나게 하시어 신들린 머리에 감격이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나이다.

    오늘도 불면증은 비로소 해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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