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늘리며/ 벼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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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109』
여백을 늘리며/ 벼리영
살아온 길 위에는 맥박이 뛰고 있다
급했던 순간들도 느렸던 쓸쓸함도
허비한 숨결조차도 족적으로 남는다
반백의 허물이고 순백의 타래가 될,
남은 길 놓여있다 고무줄 늘리려는 듯,
놓으면 사라져 버릴까
노심하며 걷는다
급한 것 지워내고 굳은살 잘라내고
길 위에 답 있을까 가는 길 굽어본다
들꽃은 하늘을 여백 삼아
짧은 생 즐기더라
(시감상)
오랜만에 시조 한 편 감상한다. 가만히 음미하듯 읊조리면 시조 특유의 감칠 운율이 박자감 있게 다가온다. 그 박자 따라 하루, 들꽃이 되어본다. 들꽃조차 하늘을 여백 삼아 생을 즐기는데 들꽃조차 되지 못한 나는 하루를 허덕인다. 봄이 오기 전, 내 스스로 여백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지, 그래서 객관의 나를 보며 여백이 즐기라고 몸을 맡기는 것은 어떨지. 봄은 늘 더디게 온다. 겨울의 여백이 추워서 그럴 것이다. 이번 겨울은 공백도 없이 몰아붙였다. 우리를. 붉은 동백이 뚝뚝 떨어지고 흰 목련이 벙글 웃음 짓는 봄을 기다린다. 하염없이.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벼리영 프로필)
화가, 시인, 낭송가, 아동문학가, 역동시조문학상 대상, 오륙도 신문 신춘문예 외 다수 수상, 시조집(더 맑은 하우스) 외 다수
벼리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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