絶望(절망) / 김영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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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川(옥천) 긴 언덕에 쓰러진 죽엄 떼죽엄
生血(생혈)은 솟고 흘러 十里汀(십리정)물이 붉었나이다
싸늘한 가을바람 사흘불어 피강물은 얼었나이다
이 무슨 악착한 죽엄이오니까
이 무슨 前世(전세)에 없든 慘變(참변)이오니까
祖國(조국)을 지켜주리라 믿은 우리 軍兵(군병)의 槍(창) 끝에
太極旗(태극기)는 갈가리 짓기고 불타고 있습니다.
벽같은 靑春(청춘)의 그 총총한 눈들은
惡(악)의 毒酒(독주)에 가득 醉(취)한 군병의 칼끝에
모조리 도려 베이고 불타죽었나이다.
이 무슨 災變(재변)이오니까
우리의 피는 그리도 不純(불순)한바있었나이까
무슨 政治(정치)의 이름 아래
무슨 뼈에 사무친 원수였기에
훗한 겨레의 아들딸이었을 뿐인데
이렇게 硫黃(유황)불에 타죽고 말았나이까
근원이 무에던지 캘바이아닙니까
산채로 살을 깎이어 죽었나이다.
산채로 눈을 뽑혀 죽었나이다
칼로가 아니라 탄환으로 쏘아서 四肢(사지)를 갈가리 끊어 불태웠나이다
훗한 겨레의 피에도 이렇게 불순한 피가 섞여있음을 이제 참으로 알았나이다
아! 내 불순한 핏줄 咀呪(저주)받을 핏줄
산 고랑이나 개천가에 버려둔 채 까맣게 鉛毒(연독)한 죽엄의 하나 하나
탄환이 쉰 방 일흔 방 여든 방 구멍이 뚫고 나갔습니다
아우가 형을 죽였는데 이렀소이까
무슨 뼈에 사무친 원수였기에
무슨 정치의 말을 썼기에
이래도 이 민족에 희망을 부처 볼 수 있사오리까
생각은 끊기고 눈물만 흐릅니다
(시 감상)
4월의 어느 날
낙동강 지류를 걷다 좁은 하천으로 접어들자
별안간 밑 빠진 독처럼 거꾸로 쏟아진 하늘
떡붕어, 잉붕어, 희나리, 토종붕어가 옷을 입은 채
떼로 누웠다
살갗이 벗겨진 물의 표면
칼날에 털린 비늘처럼 윤슬이 서산으로 해를 쪼개며
나부끼고 있었다
댓글목록
대왕암님의 댓글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좋은 시글 잘 읽어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