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13 / 윤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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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13 / 윤후명
남대천 둑방길 밑 납작한 함석지붕
도롱이집이라 부르겠네
삿갓 하나로 몸을 가리고
예전 단오장 가듯 둑방길을 가겠네
대관령에서 남대천 흘러내려
바다로 가는 길
나도 그 길 따라 바다로 가겠네
도롱이는 비에 젖어 세상일 궂다 해도
나는 바다에 이르러 궂은 일 없다 하겠네
머나먼 세월 지나 둑방길에 오르니
남대천에 비친 대관령 다시 보이고
나 태어나 이제야 나를 찾네
오랜 눈길로 내 지난날을 찾아가
남대천의 대관령을 다시 보는 도롱이집
(시감상)
살면서 우연이든 필연이든 도플갱어를 만나는 장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라고 했다. 한평생 쳇바퀴처럼 살다가 눈앞에 광중이 깃발처럼 펄럭거리면 비로소 우리는 바다에 간다. 남대천에 비친 대관령이 다시 보이듯 오랜 눈길로 바다를 본다. 우리는 아버지의 발꿈치에 엎드려 통곡하는 탕자처럼 달빛을 밟으며 귀소하는 한 마리 늑대일지도 모르겠다.
(시인프로필)
윤후명(尹厚明, 1946년 1월 17일 ~ 2025년 5월 8일)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며 소설가이다. 본명은 윤상규(尹尙奎)로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빙하의 새〉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등단 10년 만인 1977년 시집 《명궁(名弓)》을 출간하였으며, 1979년에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역(山役)〉이 당선되었다. 단·중편소설로 〈돈황의 사랑〉, 〈섬〉, 〈부활하는 새〉, 〈원숭이는 없다〉, 장편소설로 《별까지 우리가》 등이 있다. 제3회 녹원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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