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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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602」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시감상)
6월이다. 일상의 6월이면 좋겠지만 국가의 명운을 가를 대선이 있는 달이다. 6월 3일.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일상의 회복이다. 이육사의 시는 전 국민이 모두 아는 시다. 이 시의 배경이나 이론을 말하는 것은 불경한 일이다. 다만, 이육사의 말처럼 다시 청포도가 익고,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꿈이 알알이 들어와 박히는 꿈을 다시 꾸어보고 싶기에, 그래서 다시 회복된 일상 앞에서 맘 편하게 소주 한 잔에 삼겹살이라도 나눌 수 있는 소박한 웃음을 나누고 싶기에, 이 시를 소개한다. 누가 되든, 우리는 그저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준비하고 있으면 될 것이다. 청포도 익어가는 7월의 어떤 날, 깨끔발로 동구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내가 보인다. 장에 나간 어머니를 기다렸던가?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이육사 프로필)
본명 이원록, 경북 예안, 시인, 건국포장, 건국 훈장 애국장, 금관 문화 훈장
이육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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