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 / 조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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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 /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시감상)
홀로 있을 때 가끔 멍 때리는 게 특기다. 무아지경의 경지에 도달한 선승이라고나 할까~~~^^;, 농은 거두절미하고 나는 평소 피아노 연주곡을 즐긴다. 교향곡 보다 협주곡을 즐긴다. 이 시를 감상할 때마다 나는 피아노 건반이 되고 바이올린의 현이 되어 공중으로 튕겨져 나가는 소리이며 음파다. 마치 허공에서 직조되는 비단처럼 온몸으로 써 내려가는 시인의 행간 속으로 나는 나비가 되어 나빌레라.
(시인프로필)
조지훈(趙芝薰 : 1920∼1968) : 한국 현대시의 주류를 완성한 청록파 시인, 수필가, 한국학 연구가 / 민속학과 민족운동사에 공헌 / 한국문화사를 최초로 저술 / 주요저서 <조지훈 시선>, <한국민족운동사> 등 1920년 경북 영양에서 출생한 조지훈은 소월과 영랑에서 비롯하여 서정주와 유치환을 거쳐 청록파에 이르는 한국 현대시의 주류를 완성함으로써 20세기의 전반기와 후반기의 한국문학사에 연속성을 부여해준 큰 시인이다. 《청록집》《풀잎단장》《조지훈시선》《역사 앞에서》《여운》등 그가 남긴 시집들은 모두 민족어의 보석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특히 〈승무〉〈낙화〉〈고사〉와 같은 시들은 지금도 널리 읊어지고 있는 민족시의 명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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