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시대/ 오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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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623」
패션시대/ 오광석
패션의 선두를 달리는
간판이 빛나는 가게
투명한 유리창에 비치는 네온의 거리
반투명한 구두와 즐비한 옷들 사이로
최신 유행의 패션복에
몸을 끼워 맞춘다
활짝 핀 얼굴로
새 옷에 몸을 집어넣고
옷이 짧다고 다리를 잘라내고
소매가 길다고 팔을 잡아 늘이고
가슴이 꽉 낀다고 가슴살을 잘라내고
고통을 참으며 최신 유행이라
포즈를 취하고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25 오광석 시집 (귀속의 이야기 18쪽)
(시감상)
시인의 글 속에 담긴 풍자가 매력적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는데 과연 ‘최신 유행’이라는 것이 최신인지? 최신의 유행인지? 언제 적 최신인지 알 수 없다. 어학사전에 나오는 최신 유행은 ‘언어, 복장, 취미 따위의 생활 양식이나 행동 양식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시적으로 널리 퍼짐’이라 하는데 그것 때문에 다리를 잘라내고 팔을 늘이고 가슴살을 잘라낼 것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유행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시대다.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자기만족으로 유행을 쫓아가는 것이 유행의 당위성이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지금 시국은 무엇이 유행일까? 패션의 시대가 아닌, 유행의 시대다. 지켜볼 일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오광석 프로필)
제주, 계간 문예바다 신인상 등단, 시집(이계견문록)(이상한 나라의 샐러리)(귓속의 이야기) 출간
오광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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