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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부르의 우산/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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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회 작성일 25-06-28 08:46

본문

쉘부르의 우산

 

                                          조경희



 

미아삼거리에서 소나기를 만났다

어디서 비를 피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다

쉘부르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차창 너무 주유소 앞 우산 하나가 몸을 웅크린 채 비를 맞고 있다

한쪽 다리를 저는 청년이 다가가 우산이 되어준다

강물같이 흐르는 시간의 버스를 타고

기억 너머 흑백의 시간으로 거슬러 흐르다 보면

쉘부르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서 있고

젖은 내 어깨를 감싸며

우산을 받쳐주던,

사랑을 노래하던 쉘부르의 우산은

언제부턴가 슬픈 이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쉘부르의 우산은

비를 맞으며

어둡고 차가운 시간 속으로 멀어져간다

버스는 정체되어 교차로에 멈춰서고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한 켠 젖은 추억의 영상을 떠올리듯

차창 밖 내리는 비의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신호등이 바뀌면서 차는 다시 속력을 내고

빗길을 달려간다

비 내리는 쉘부르의 통기타 가수는

목소리를 잃은 지 이미 오래이고

늙은 디제이도 세상을 떠나버렸다

팔아야 할 추억의 한 페이지조차 남아 있지 않은

우산장수 마저 골목에서 사라져버린

쉘부르엔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다

잃어버린 우산을 어디에서도 찾을 길 없다

내리는 비를 향해 버스가 달리면 달릴수록

쉘부르는 점점 멀어져 가고

한 여자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홀로 걸어가고 있다



(시해설)


[詩 감상] 양 현 근

오래 전에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 프랑스 뮤지컬영화 ‘쉘부르의 우산’은 우산가게의 딸과 자동차 정비공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늘 애틋하고 가슴 아린 추억이다. 어긋난 인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처럼 오랜 여운으로 남는 게 있을까. 어쩌면 의지와 관계없이 이뤄지는 인연의 속성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것은 실패가 주는 쓴 경험인지도 모른다. 청춘의 한 모퉁이에서 소나기를 피하다가 불현듯 마주친 흑백필름 속의 첫사랑이 삶의 모퉁이를 서성이고 있다.



(시감상)


흔히 인생을 두고 드라마나 영화에 비유하기도 한다. 나 역시 어느 날, 우산도 없이 쉘부르의 어느 극장 앞에서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극장 간판의 사연을 온몸으로 읽은 적이 있다. 눈 감으면 금세 쉘부르의 어느 해안가로 떠밀려 내가 서 있다. 수평선 너머 하늘에는 지나간 수많은 날들이 군청색으로 펄럭인다. 내 속살을 파 먹은 벌레들이 살갗을 뚫고 기어 나온다. 추억은 내 혈관에 새긴 문신 같은 것. 물살에 두꺼비집 하나 허물어져 사라진다.  조류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물돌이 시간, 들물이 포말처럼 인다.



(시인프로필)


[시인] 조 경 희

충북 음성 출생

2007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등단

시마을동인

시집『푸른 눈썹의 서(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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