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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깨었을 때 / 최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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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04회 작성일 15-11-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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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깨었을 때 / 최원규 지난 여름 강의가 끝나고 계단을 내려서려는 그때 잠깐 동안 현깃증이 지나가고 뜻밖에 아주 뜻밖에 우물 속에 갇힌 달 너의 모습을 본다 이십년이나 아니 한 삼십년 전쯤 내가 소년이던 그때 저녁비가 내리고 무너진 하늘 아래 비 속으로 사라지는 새들의 푸득이는 날개소리를 멀리 뒤에 둔 채 아슴히 걸린 무지개 그 너머 너의 모습을 본다 여름날 모래밭 내려 쪼이는 불씨 꿈은 알알이 타고 입술에 파인 그늘 번져오는 웃음 햇빛을 끌어 당기면 여름 과원에서 잘 익은 배나 자두 하나씩 주워 떠있는 낮달에 걸면 살과 뼈를 돌아 가르는 잠 속에서 눈뜨고 황홀히 타오르는 노을 그 속에서 너의 모습을 본다 아름다워라 동글동글한 것 풀잎과 풀잎 바람과 바람 그런 것들처럼 여울과 여울 꽃과 꽃 그런 것들처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아지랑이 그런 것들처럼 너의 모습을 본다 배를 만지는 것은 싫더라 안아 올리는 것은 싫더라 너의 머리결은 잠들고 맑고 더운 너의 살에서 풍기는 새벽숲의 내음 뿌리에서부터 젖어오는 들판의 햇빛 그 선율 흩어진 여름의 잎새들 너의 혀 속에 포개어 질 때 아름다워라 죽음처럼 고요한 잠 뜨거운 고뇌의 쇳덩이가 녹아 흐르고 꽃잎은 재가 되어 뼈 속의 성애로 남을 때 너의 모습을 본다 아스란히 먼 산빛이 되어 넘어갈 번개 작약꽃은 햇살을 어루만지고 뼈는 뼈끼리 살은 살끼리 서러운 모습으로 잠들고 있을 때 너의 모습을 본다 꽃은 술로 익어 타오르고 잎은 흔들려 바람에 취하고 날개는 꿈밭을 날아 하늘로 하늘로 솟구칠 때 너의 모습을 본다 너의 속에 네가 갇혀있을 때 나의 속에 네가 갇혀 있을 때 겨울 소나기는 번개처럼 지나가고 너의 눈썹은 꽃잎속에 파묻혀 뜻밖에 아주 뜻밖에 우물 속에 갇힌 달 너의 모습을 본다 崔元圭 시인 . 충남대 교수 역임 1961 <<자유문학>>에 詩 <나목>이 당선 1978 <<한국근대시론>> 출간 -------------------------- <감상 & 생각> 꽤나 긴, 장시(長詩)이다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특별히 난해한 시어를 깔아둔 것도 아닌데, 군데 군데 등장하는 <너>가 선뜻 동일한 주체로 이해되지 않는다 시인 자신을 말함일까, 아니면 시인을 돌아보게 하는 그 어떤 대상(對象)일까 하긴 詩가 뭐, 시험지의 단일(單一)한 답안지를 요구하는 게 아닌 이상에 詩에 대한 느낌과 해석은 독자마다 다양하겠으나, 아무튼 삶이라는(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바탕의 고단한 꿈에서 안식(安息)의 은총처럼 문득 깨어났을 때, 궁극적으로 도달하고픈 그 어떤 구원의 세계를 말하고 있는 거 같다 생각하면, 生의 경험이란 건 삶의 시발점인 탄생과 종착점인 죽음을 지나 (죽음 이후의) 또 다른 生으로 이어지는 순환이기도 할진데, 그 같은 순환적 원형(圓形)에서 벗어난 피안(彼岸)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건 아닐지 이를 섣불리 불가의 깨달음 류(類)에 연결할 필요까진 없겠으나, 詩 전체를 관류하는 자각과 자아의 발견 혹은, 구원에의 지향(指向)은 그런 걸 말하는 것도 같고 어쨌던 나 역시 그 어느 날, 인생이란 고단한 잠을 깨었을 때 우주의 모든 빛깔은 슬프도록 황홀하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비록, 낡은 영혼에 누더기 같은 업(業)만 잔뜩 걸치고 있더라도...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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