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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1 / 황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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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34회 작성일 15-11-21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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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1 / 황상순

네거리 횡단보도 아스팔트 위에

한 사내가 모로 누워 있다

( 실은 여자였는지도 몰라 )

아니다, 누워 있는 것은

흰 페인트로 그린 그의 윤곽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탈피를 하였 던 것일까

비 마악 그친 뒤 햇빛 쏟아져 내릴 때

맞아, 저 빌딩 창에 반사되어 날을 세운 빛이

그의 비상을 재촉하였을 거야

비에 젖은 옷 홀홀 벗어버리고

그는 여기서 처음 날개를 폈던 게지

탈피의 고통으로 군데군데 핏자국이 번져 있다

나비 되어 날기 위해서는

몇 개의 허물을 더 벗어야 하는 것일까

몰려온 개미들이 걸음을 멈추고

사내가 남겨 놓은 껍질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그가 걸어온 세상의 모든 길이

물결치는 차량들 위에서 잠시 일렁거렸다


* 황상순 : 1999년 <시문학> <시인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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