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의 뜰/노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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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567회 작성일 15-11-29 22:04본문
칸나의 뜰/노창재
대문도 없이 삭정이 흔적마저 허물진 토담을 지날 땐 그냥 빈집인 줄 알았지요. 웅웅거리며 눈앞을 스치는 잠자리에 놀라 안을 살풋 들여다 보았잖아요.
맨드라미 봉숭아 과꽃 접시꽃들이 우물 귀퉁이만 살짝 내어놓은 채 그렇게 천방지축으로 널브러졌겠지요. 빈집 지키느라 저들끼리 저리도 무성했는지 허공에 잠자리 씨 한 가득 뿌려놓고 접시꽃 높이만큼 키를 키웠잖아요. 푸른 물결에 출렁 빈집이 입은 또 얼마나 크게 벌렸는지요.
후다닥 벌거숭이가 되어 첨벙 뛰어들고 싶지 않았겠어요.
아, 그런데 저기 저 이국의 소녀 칸나,
우물가 이파리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하얀 치맛자락
황구 한 마리 머리를 쓸어가며 조용조용 고구마 순을 다듬고 계신 팔순의 아가씨
시집 [지극]2015. 문학의전당
대문도 없이 삭정이 흔적마저 허물진 토담을 지날 땐 그냥 빈집인 줄 알았지요. 웅웅거리며 눈앞을 스치는 잠자리에 놀라 안을 살풋 들여다 보았잖아요.
맨드라미 봉숭아 과꽃 접시꽃들이 우물 귀퉁이만 살짝 내어놓은 채 그렇게 천방지축으로 널브러졌겠지요. 빈집 지키느라 저들끼리 저리도 무성했는지 허공에 잠자리 씨 한 가득 뿌려놓고 접시꽃 높이만큼 키를 키웠잖아요. 푸른 물결에 출렁 빈집이 입은 또 얼마나 크게 벌렸는지요.
후다닥 벌거숭이가 되어 첨벙 뛰어들고 싶지 않았겠어요.
아, 그런데 저기 저 이국의 소녀 칸나,
우물가 이파리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하얀 치맛자락
황구 한 마리 머리를 쓸어가며 조용조용 고구마 순을 다듬고 계신 팔순의 아가씨
시집 [지극]2015.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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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의식 위에 떠올린, 무의식의 <색등>이 잔잔히 흔들리는 듯한 시..
우리 모두 가슴 속에 자기만의 <칸나>를 품고 살지만,
시인이 펼쳐놓은 <칸나>는 사리舍利알로 저민듯한
정성어린 모습이어서 그 그리움의 깊이 또한
깊고 깊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영선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