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를 다듬으며 / 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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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759회 작성일 15-12-07 02:29본문
시금치를 다듬으며 / 채정화 포항에서 온 것은 분명하다 포항초라는 이름표를 보니 잔설이 수북한 때라 생기 넘치는 초록 잎도 느닷없이 기침한다 살짝 손만 스쳐도 짙푸르게 멍드는 여린 잎이 먼 길 오느라 너무 고생한 탓이리라 붉으스름 상기된 달착지근한 뿌리를 누군가가 싹둑, 잘라낸 솜씨가 하나같이 반듯해서 다듬을 일이 없다 군더더기 없는 정갈한 문체를 닮았다 누군가의 지문이 묻어있는 뿌리를 쓰다듬는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손끝이 야무진 사람이구나 이렇게 흠 없이 단단하고 예쁘게 키우느라 고생했노라 인사라도 건네고 싶어지는 건, 겨울이 던져준 차가움으로 봉합된 가슴에 윤기나는 초록 잎이 감동을 준 이유이겠다 아, 겨울에도 이렇게 싱싱한 잎을 만질 수 있다니 둘러보면 온통 희뿌옇거나 갈색 빈 가지들이 잉잉 울어대는 차가운 겨울 눈이 아프도록 윤기나는 초록 세상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싱싱한 시금치를 다듬으며 마른기침이 설익은 밥알처럼 굴러다니는 날 가슴 가득 은총처럼 햇살이 차오른다.
-------------------------------- <감상 & 생각> 시금치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視線이 얼마나 맑고, 정겨운가 내 손에 닿기까지 시금치에 담긴, 아지못할 그 누군가의 정성어린 숨결.. 사물에 담긴 내면을 순수한 대상으로 본다는 것, 그게 말은 쉽지만 이 차갑고 삭막한 세상에선 결코 용이치 않은 일 이처럼 事物을 사물 그대로 두고 때 묻지 않은 깊은 시선을 보낸다는 것 어떤 의미에선 맑은 심미적審美的 정조情操의 경지에 비유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그 차이가 시인과 시인 아님을 구분한다면 저의 지나친 말이 될까요 - 과언過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 희선,
댓글목록
하늘은쪽빛님의 댓글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난 돌 같은 졸시를 鈺으로 만드신 듯요..
늘 감사하면서도,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구요
얼마나 용기를 얻는지 모른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니까요..
저두 오늘 밤 척추가 휠지 모르겠어요..ㅎ~
늘, 감사드려요..진심요..^^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갑자기 시금치가 먹고 싶어집니다
전엔 그런 풀? 같은 거 전혀 안 먹었었는데
나이 들어 가니, 뒤늦게 철도 나고 식성도 변하는듯요
부족한 감상이어서, 아무래도 뽀빠이한테
꿀밤 항개 맞을 거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