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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고속도로 /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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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19회 작성일 15-12-0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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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 김기택

거무스름한 길이 뽑혀져 나온다
지름이 십미터도 넘을 것 같은 굵은 밧줄이 뽑혀져 나온다
지평선에서 산허리에서 숲에서 쉴 새 없이 뽑혀져 나온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지치지 않고 봅혀져 나온다
박찬호의 직구 같은 속도로 뽑혀져 나온다
거칠 것 없이 뽑혀져 나오는 속도에 다치지 않으려고
논과 밭, 나무들과 건물들이 좌우로 재빠르게 비켜선다
산과 부딪치면 산이 단숨에 두 쪽으로 갈라지고
절벽이 가로막으면 밑으로 가차 없이 기다란 구멍이 뚫린다
뽑혀져 나온 길이 가만히 서 있는 자동차 바퀴를 맹렬하게 굴린다
자동차는 가만히 있는데 바퀴는 맹렬하게 굴러서
바람이 전기톱으로 베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삼겹살처럼 얇고 넓적하게 잘린 바람이 창틈으로 들어와
눈을 후벼 파고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넘긴다
올챙이 다리 달리듯 가로수와 전봇대와 건물에 시간이 돋아난다
풍경은 속도와 반죽이되어 윤곽이 지워지며 흐려지고
시간은 엿처럼 찍찍 늘어지며 창밖으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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