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끌고 가는/ 김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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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498회 작성일 15-12-20 00:16본문
김주대
사내가 턱에 걸린 휠체어를 밀어주자
휠체어에 앉은 여자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덜컥, 웃는다
휠체어를 밀어준다는 것이 그만
여자의 이마 안에 감춰진 미소를 민 모양이다
휠체어에 앉은 여자의
안면 쪽으로 밀려 나온 미소가 들어가지 않는다
미소가 앞장서 간다
휠체어를 미는 사내가
여자의 미소에 웃으며 끌려간다
미소가 웃음을 끌고 가는 언덕길 오후
*시인의 시화집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에 이렇게 써 놓았다
'생의 내력은 몸에 쌓인다. 내력은 이성적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있는 그대로 몸 밖으로 그만 새어 나오고 만다. 표정, 몸짓, 말투, 심지어 숨소리로도 내력이 흘러나온다. 몸이 하는 말은 막을 수도 숨길 수도 없다. 덜컥, 새어 나온 여자의 어색하지만 밝은 미소에는 불편한 몸으로 살아온 사연이 배어 있다. 불편한 몸으로도 잘 버텨주고 함게 있어준 것이 고맙다고 화답하는 듯한 사내의 웃음은 또 얼마나 소박하고 씩씩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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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꾼♪님의 댓글
시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시적 상황을 설명해 보면 한 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을 한 여자가 휠체를 타고 산책을 나가는 중 계단 혹은 문턱을 만나 난감한 지경에 빠진 상황이다 어느 신사가
흑기사처럼 나타나 휠체를 밀어주는 훈훈한 광경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시는 보통 진부한 서정에 빠지기 쉽고 잠시 잠깐의 여운을 몰고 올 수는 있어도 이내 김이 빠지는 시가 되기 쉽다
/휠체어를 밀어준다는 것이 여자의 이마 안에 감춰진 미소를 민 모양이다/ 표현, 다소 해학과 재치가 곁들여 졌으면서도
통상적인 서정에서 낯설기를 시도한 시인의 돋보인 고민이 있어 보인다 통속적인 표현을 거부한 시인의 작법 자기만의 언어를 금강석처럼 단단하게 박아 놓지 않았는가
또한 / 안면 쪽으로 밀려 나온 미소가 들어가지 않는다/ 라는 표현은 절묘한 시적 장치가 걸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김주대 시인의 외침 중 시는 특별한 사태다 라고 말하는 짧은 시론이 있다 이 한편의 사태를 보더라도 시는 정말 특별한 사태라고 말하는 그 외침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한 편 잘 감상하고 갑니다 나문재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