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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벌레 /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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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75회 작성일 15-12-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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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벌레 / 반칠환

  한심하고 무능한 측량사였다고 전한다. 아무도 저이로부터 뚜
렷한 수치를 얻어 안심하고 말뚝을 꽝꽝 박거나, 울타리를 치거
나, 경지정리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딴에는 무던히 애를 썼
다고도 한다. 뛰어도 한 자, 걸어도 한 자, 슬퍼도 한 자, 기뻐도
한 자가 되기 위해 평생 걸음의 간격을 흐트러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저이의 줄자엔 눈금조차 없었다고 한다.
  따뜻하고 유능한 측량사였다고 전한다. 저이가 지나가면 나
무뿌리는 제가 닿지 못하는 꽃망울까지의 거리를 알게 되고, 삭
정이는 까맣게 잊었던 새순까지의 거리를 기억해 냈다고 한다.
저이은 너와 그가 닿지 못하는 거리를 재려했다고 한다. 재면 잴
수록 거리가 사라지는 이상한 측량을 했다고 한다. 나무밑둥에서
우듬지까지, 꽃에서 열매까지 모두가 같아졌다고 한다. 새들이
앉았던 나뭇가지의 온기를, 이파리 떨어진 상처의 진물을 온 나
무가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저이의 줄자엔 눈금조차 없었다고
한다.
  저이가 재고 간 것은 제가 이륙할 열 뼘 생애였는지도 모른다
고 한다. 늘그막엔 몇 개의 눈금이 주름처럼 생겨났다고도 한다.
저이의 꿈은 고단한 측량이 끝나고 잠시 땅의 감옥에 들었다가
화려한 별박이자나방으로 날아오르는 것이었다고 한다. 별과 별
사이를 재고 또 재어 거리를 지울 것이었다고 전한다.
  키요롯 키요롯-  느닷없이 날아온 노랑지빠귀가 저 측량사를
꿀꺽 삼켰다고 한다. 저이는 이제 지빠귀의 온몸을 감도는 핏줄을
젤 것이라 한다. 다 재고 나면 지빠귀의 목울대를 박차고 나가 앞
산에 가닿는 메아리를 젤 것이라 한다. 아득한 절벽까지 지빠귀의
체온을 전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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