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 / 반칠환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벌레 / 반칠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77회 작성일 15-12-23 13:22

본문

자벌레 / 반칠환

  한심하고 무능한 측량사였다고 전한다. 아무도 저이로부터 뚜
렷한 수치를 얻어 안심하고 말뚝을 꽝꽝 박거나, 울타리를 치거
나, 경지정리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딴에는 무던히 애를 썼
다고도 한다. 뛰어도 한 자, 걸어도 한 자, 슬퍼도 한 자, 기뻐도
한 자가 되기 위해 평생 걸음의 간격을 흐트러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저이의 줄자엔 눈금조차 없었다고 한다.
  따뜻하고 유능한 측량사였다고 전한다. 저이가 지나가면 나
무뿌리는 제가 닿지 못하는 꽃망울까지의 거리를 알게 되고, 삭
정이는 까맣게 잊었던 새순까지의 거리를 기억해 냈다고 한다.
저이은 너와 그가 닿지 못하는 거리를 재려했다고 한다. 재면 잴
수록 거리가 사라지는 이상한 측량을 했다고 한다. 나무밑둥에서
우듬지까지, 꽃에서 열매까지 모두가 같아졌다고 한다. 새들이
앉았던 나뭇가지의 온기를, 이파리 떨어진 상처의 진물을 온 나
무가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저이의 줄자엔 눈금조차 없었다고
한다.
  저이가 재고 간 것은 제가 이륙할 열 뼘 생애였는지도 모른다
고 한다. 늘그막엔 몇 개의 눈금이 주름처럼 생겨났다고도 한다.
저이의 꿈은 고단한 측량이 끝나고 잠시 땅의 감옥에 들었다가
화려한 별박이자나방으로 날아오르는 것이었다고 한다. 별과 별
사이를 재고 또 재어 거리를 지울 것이었다고 전한다.
  키요롯 키요롯-  느닷없이 날아온 노랑지빠귀가 저 측량사를
꿀꺽 삼켰다고 한다. 저이는 이제 지빠귀의 온몸을 감도는 핏줄을
젤 것이라 한다. 다 재고 나면 지빠귀의 목울대를 박차고 나가 앞
산에 가닿는 메아리를 젤 것이라 한다. 아득한 절벽까지 지빠귀의
체온을 전할 것이라고 한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0건 5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970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3 0 11-13
39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0 0 11-13
3968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1 0 11-15
39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0 0 11-15
396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6 0 11-16
39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8 0 11-17
39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7 0 11-19
396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5 0 11-20
396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3 0 11-21
3961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5 0 11-24
396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81 0 11-25
3959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8 0 11-25
395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0 0 11-26
3957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9 0 11-27
3956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3 0 11-27
395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7 0 11-27
395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5 0 11-28
3953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4 0 11-28
395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8 0 11-29
3951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2 0 11-29
395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5 0 11-29
3949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7 0 11-29
3948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9 0 11-29
394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6 0 12-01
3946
자두/이상국 댓글+ 1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9 0 12-03
3945
새 / 유자효 댓글+ 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6 0 12-03
394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8 0 12-04
394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4 0 12-06
394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9 0 12-07
3941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0 0 12-08
394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3 0 12-08
393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9 0 12-09
393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6 0 12-11
393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0 0 12-13
393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7 0 12-15
3935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0 0 12-15
3934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1 0 12-15
3933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8 0 12-16
3932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1 0 12-16
393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6 0 12-17
393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2 0 12-19
3929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0 0 12-20
3928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3 0 12-20
3927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4 0 12-20
392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9 0 12-21
열람중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8 0 12-23
3924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2 0 12-23
3923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0 0 12-25
392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3 0 12-26
392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9 0 12-2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