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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 안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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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원숙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41회 작성일 16-01-01 16:31

본문

링반데룽* /  안정혜


안개는 꼬리를 아무리 잘라내도 안개였다

카프카의 城을 찾아 나선 길
몇 시간째 산속을 헤매었지만 또다시 그 해골바위였다
똑바로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낙엽더미를 소리 내어 밟을수록 길은 더욱 곧게 열렸다

밤의 7부 능선쯤
어둠 늑골에서 자모의 숲은 빽빽해졌다
달콤한 망고열매는 어디쯤에 열렸나?
몇 개의 갈라진 길 중 지름길을 택해 걸었다
자작나무 가지들이
허공에 팔을 내밀어 불멸의 시를 쓰고 있는
그곳은 비유의 숲이었다
저만치 걸어가는 로트레아몽 백작을 뒤따라가 보았다
그는 허밍으로 말도로르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도 따라 불렀다, 그러자
안개는 백작을 숨겨버리곤 미증유의 기포로 부풀어 올랐다
오자와 탈자가 낙과처럼 후두둑 떨어졌다
다시 길을 잃었다
지독한 안개 때문이었다
절망의 벽 앞에서, 상징의 숲이란 이정표를 보았다
안개가 새끼를 치는 길
이어붙일 수 없는 접사, 얼크러진 문장들이 발목을 친친 감았다
묽은 초청 같은 음절들이 얼굴에 척척 달라붙었다

애매모호를 분양중인 안개는 억센 꼬리를 털렁거렸다
무딘 칼로 비검무 흉내 내며 급소를 찔러 보았다
손아귀에는 무성한 안개음모만 잡힐 뿐
끝내 원점이었다

몸은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새벽이 희부윰하게 밝아왔다
카프카의 城은 길 밖에서 떠도는 오래된 소문일 뿐......
펜촉으로 졸음을 뭉개며, 오기(誤記)의 밤은 늘 그렇게 탕진되었다



* 등산하다가 짙은 안개나 폭풍우를 만났을 때나
밤중에 방향 감각을 잃고 같은 지점을 맴도는 일


- 2011  젊은 시 -



링반데룽에 견주어 표현한 시 쓰기의 어려움과 고달픔은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밤새, 절망의 벽 앞에서 펜촉으로 졸음을 뭉개며
비유의 숲과 상징의 숲을 헤매다 오기의 밤을 다 탕진해도
여전히 안개는 걷히지 않는다  늘 다시 길을 잃는다
그러나 카프카의 성을 찾아 나서는 길은
안개가 끊임없이 새끼를 치는 7부 능선,
언제나 그곳에서부터 또다시 시작할 일이다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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