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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술집/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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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영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12회 작성일 16-01-0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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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술집

            류근


요 몇 달 사이에 나는 피해서 돌아가야 할
술집이 또 두 군데 더 늘었다
없던 술버릇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갈 수 없는 술집들도 하나씩 늘어난다
그저께는 친하게 지내오던 사채업자와 싸우고
어젯밤엔 학원 강사 하는 시인과 싸우고
오늘은 술병 때문에 일요일 하루를
낑낑 앓는 일에 다 바친다
억울하다 갈 수 없는 술집이 늘어날 때마다
나는 또 술 생각이 난다 맨 정신일 때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내 선량한 자존심
하지만 그들은 왜 하필 술 마실 때에만
인생을 가르치려는 것인가 술자리에서만
별안간 인생이 생각나는 것인가
억울하다 술 마실 때에만 불쑥 자라나는 인생이여
술에서 풀려나면 다시 모른 체 껴안고 살아버려야 할
적이여 술집이여 그 모든 안팎의 상처들이여
갈 수 없는 술집이 늘어날 때마다
나는 또 술 생각이 난다 슬슬
피해서 돌아가고 싶어진다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술에 취하면 용감해지는 사람들이
술 기운에 떠밀려 용감해지는 모습들.
왜 그렇게 인생은
술을 먹어야 가르칠 만하고
술을 먹을 때만 불쑥 자라나는가,
내가 아직도 세상살이에 서툰것은 술을 못 먹기 때문일까,
술에게서 인생을 배우지 못해서 그런껄까
니도 언젠가는 술 한번 진탕 마시고도 거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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