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가는 길 / 이원숙<2012년 국민일보 신춘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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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415회 작성일 16-01-03 21:53본문
믿음으로 가는 길 / 이원숙
길은 좁고 멀었습니다.
동굴의 명암 속으로 사라져간 흐릿한 꼬리
방향을 감지할 수 없는 끝
모리아 산의 황량한 모래바람
본토를 떠나가던 이의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음영(陰影)이 내리는 길
뾰족한 돌부리가 지뢰밭처럼 낭자하게
가는 길을 막아서지만
아픈 발길을 돌이키지 않는 것은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가는 길이
순종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마지막 고비인 것을 아는 까닭입니다.
어디선가 거친 바람결에 쓸려
나무가 쓰러지듯 부딪칩니다.
쏴 -아 -
태초의 말씀을 읊어내는 소리
살아있는 에덴의 기억이 본능처럼 꿈틀거릴 때
몰려오는 쳇바퀴의 공포
어찌할 수 없는 죄성은
인간의 한계를 뒤집어쓰고 엎드렸습니다.
뿌연 흙먼지 속에 숨어 외식(外飾)하는 무덤
회칠한 영혼은 목이 마릅니다.
말간 연무가 숲의 허리에 걸려 똬리를 틀고 있는
후퇴할 곳이 없는 외길
홍해의 심장부를 건너던 이스라엘
약속의 땅을 밟을 수 없었던 그들의 광야가 선합니다.
혼란이 난무했던 선민(選民)의 과거가 보여주는 증거의 길 따라
타성(惰性)으로 가득 찬 아집(我執)의 영역이
가시처럼 박혀 보이지 않는 길을
곤고함으로 가득 찬 상상마저 아끼고 갑니다.
맑은 오후, 레마가 흐르는 강가
징검다리는 띄엄띄엄 시간의 흔적을 깔고
숨어있는 만남을 그리워하며 흘러갑니다.
그리움이 비처럼 내리면 하얀 꽃잎들이 수없이 집니다.
꽃비 내리는 하얀 언덕
향기로운 꽃들이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본향을 향하는 향수가 떠나가는 다리 밑에서.
길은 좁고 멀었습니다.
동굴의 명암 속으로 사라져간 흐릿한 꼬리
방향을 감지할 수 없는 끝
모리아 산의 황량한 모래바람
본토를 떠나가던 이의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음영(陰影)이 내리는 길
뾰족한 돌부리가 지뢰밭처럼 낭자하게
가는 길을 막아서지만
아픈 발길을 돌이키지 않는 것은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가는 길이
순종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마지막 고비인 것을 아는 까닭입니다.
어디선가 거친 바람결에 쓸려
나무가 쓰러지듯 부딪칩니다.
쏴 -아 -
태초의 말씀을 읊어내는 소리
살아있는 에덴의 기억이 본능처럼 꿈틀거릴 때
몰려오는 쳇바퀴의 공포
어찌할 수 없는 죄성은
인간의 한계를 뒤집어쓰고 엎드렸습니다.
뿌연 흙먼지 속에 숨어 외식(外飾)하는 무덤
회칠한 영혼은 목이 마릅니다.
말간 연무가 숲의 허리에 걸려 똬리를 틀고 있는
후퇴할 곳이 없는 외길
홍해의 심장부를 건너던 이스라엘
약속의 땅을 밟을 수 없었던 그들의 광야가 선합니다.
혼란이 난무했던 선민(選民)의 과거가 보여주는 증거의 길 따라
타성(惰性)으로 가득 찬 아집(我執)의 영역이
가시처럼 박혀 보이지 않는 길을
곤고함으로 가득 찬 상상마저 아끼고 갑니다.
맑은 오후, 레마가 흐르는 강가
징검다리는 띄엄띄엄 시간의 흔적을 깔고
숨어있는 만남을 그리워하며 흘러갑니다.
그리움이 비처럼 내리면 하얀 꽃잎들이 수없이 집니다.
꽃비 내리는 하얀 언덕
향기로운 꽃들이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본향을 향하는 향수가 떠나가는 다리 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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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李진환님의 댓글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다 보니까 이원숙s 님의 아이디가 혹시나 이원숙님이 아닐까 했더니 그 분이다.
먼저 등록된 아이디가 있어서 아이디를 변형한거 였다.
동문이다.
학교는 아니지만 국민일보 신춘문예 2012년과 2014년이니 2년 등단 선배이시다.
와락 반가운 마음에 선배의 등단작을 올려 인사를 대신한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시로 뵙기를 바라면서,